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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린 시절 잊지 못할 나무의 추억

등록 2012-07-20 19:49

<나무 친구 이야기>
<나무 친구 이야기>
<나무 친구 이야기>
<나무 친구 이야기> 강경선 글·그림/길벗어린이·1만1000원
<나무 친구 이야기> 강경선 글·그림/길벗어린이·1만1000원
도시에선 회색빛 건물 사이에 놓인 장식품이다. 아스팔트 열기를 식혀주거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데 고마워하는 이들이 없다. 바싹 마른 낙엽을 길가에 흩뿌려놓거나, 노랗게 익은 은행잎 사이로 고약한 냄새의 열매라도 떨어뜨려야 눈길 한번 주려나. 가로수로 불리는 도시 나무에서는 외로움이 뚝뚝 묻어난다. 선캡을 깊이 눌러쓰고 등을 대주는 아주머니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난 그림책 작가 강경선씨에겐 어린 시절 잊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한 나무는 늘 든든한 동무였다. 햇볕 쨍쨍한 날엔 그늘을 내주고, 비 오는 날엔 우산이 되어줬다. 잠을 자다 놀라 깨면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들며 새와 바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탄탄한 어깨 위에 올라서면 마을 전경을 보여줬다. 빨래터에 나간 엄마도, 동산에 모여 있는 친구들도 한눈에 들어왔다. 온가족이 장을 보러 가는 길엔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듯 한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배웅해줬다.

그 동무가 태풍이 여러 번 몰아치던 어느 해 잘려 나갔다. 집으로 쓰러질 걸 걱정한 아버지와 친구가 나무를 베어 성냥공장에 보냈다. 슬픔에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흘러,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사라진 것들도 함께했던 모습 그대로 마음속에 머문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을까. 나무 친구 이야기로 그림책을 냈다. 한지에 수채화물감으로 그린 그림에 아련한 추억을 새겼다. 밑동만 남기고 잘려나갔지만, 어쩐지 작가의 친구였던 나무가 가로수보다 행복했을 것 같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길벗어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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