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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매일 밤 ‘몬스터’는 소년의 고백을 들어주었다

등록 2012-03-16 20:54

<몬스터 콜스> 패트릭 네스 지음, 시본 도우드 구상, 짐 케이 그림, 홍한별 옮김/웅진주니어·1만1800원
<몬스터 콜스> 패트릭 네스 지음, 시본 도우드 구상, 짐 케이 그림, 홍한별 옮김/웅진주니어·1만1800원
[토요판]
몬스터 콜스
누구나 어릴 적 그랬을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진 어스름한 시각, 동네에서 가장 큰 나무는 괴물로 변신했다. 발 앞까지 드리워진 가지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질 때 머릿속 상상은 낯선 악몽으로 바뀐다. 길게 뻗은 가지의 그림자가 나를 잡으려 손을 뻗고, 나무의 큰 밑동은 잡아먹을 듯 시커먼 입을 벌렸다. 어쩌다 학교 운동장에 혼자 남아 어둑한 저녁을 맞이하면, 나무와 동상은 ‘홍콩 할매귀신’보다 더 무서운 ‘몬스터’가 됐다.

<몬스터 콜스>는 이런 악몽보다 현실에서 더 외로웠던 13살 영국 소년 코너가 ‘몬스터’를 만나게 된 이야기다. 코너는 외로운 친구였다. 어렸을 때부터 병에 걸린 엄마를 대신해 집안 일을 도맡아야 했고, 아빠는 이혼 뒤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하나뿐인 친구였던 릴리가 암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를 학교에 퍼뜨린 뒤엔 학교에서도 코너는 외톨이다. 선생님들은 코너가 숙제를 안 해 가도 혼내지 않고, 친구들은 그를 멀리했다. 코너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죽음의 땅, 아무도 감히 다가오지 못하게 지뢰로 둘러싸인 지역이 생긴 것 같았다고 되뇐다. 오직 해리 일당만이 그를 때리고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2시7분, 코너는 집 앞 나무 ‘몬스터’의 방문을 맞는다. 집 전체를 부숴버릴 듯 다가온 괴물이지만, 코너는 겁이 없다. 엄마의 병, 이혼 문제, 학교 폭력 등으로 이미 지쳐버린 코너에게 몬스터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코너에게 몬스터는 세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한다. “세가지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네가 진실을 말할 것이다.”

몬스터의 이야기는 코너가 직면하기 싫어했던 세상의 진실이었다. 거짓으로 포장하고 숨어버린 세상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준다. 몬스터는 참지 말고 맞서라고 속삭인다. 결국 코너는 몬스터의 힘을 빌려 해리에게 주먹을 날리고 외할머니에게 반항도 하면서, 외톨이가 아닌 13살 소년으로서 당연한 성장통을 밟아간다. 이를 통해 코너는 자신의 어두운 마음속을 들여다볼 용기를 얻고, 자신을 가둔 것이 실은 아픈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를 바랐던 죄책감이었음을 알게 된다.

삶과 죽음을 통해 훌쩍 커 버린 소년의 성장기인 이 책은 <뉴욕 타임스>가 지난해 최고의 청소년책으로 선정했다. 또 지난달엔 영국 어린이 8만3000여명이 투표로 뽑은 레드하우스 북 어워드 수상도서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됐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부모의 이혼과 죽음 등 청소년들과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를 환상을 통해 잘 풀어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교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의 아픔을 그려내, 영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잘 포착해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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