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현직교사들
학교폭력 실체와 대책 함께 모색
생생한 경험담과 대안 녹아 있어
학교폭력 실체와 대책 함께 모색
생생한 경험담과 대안 녹아 있어
고은우·김경욱·윤수연·이소운 지음/양철북·1만2000원 학교폭력 문제가 또다시 연일 사회를 들썩이고 있다. 의욕에 넘치는 교사도 교실 안에 굳게 똬리를 튼 ‘왕따’와 ‘폭력’의 현실을 만나면 좌절하기 십상이다. 교사도 학생도 어서 빨리 한 해가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정부에선 ‘보복성 폭행에 무관용 원칙 적용’, ‘경찰서장이 직접 수사와 대응방안을 지시’ 등의 대책을 내놨다. 과연 이런 대책들이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을까? 2009년에 나온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는 이런 시기에 다시 읽어봐야 할 만한 책이다. 학급 운영에 관한 실천·토론 모임인 ‘따돌림사회연구모임’에 속한 현직 교사들이 8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담은 이 책은, 학교폭력은 현장에서 ‘평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힘을 합쳐 평화교육 운동을 벌이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학교 현장에서 필독서로 꼽혀왔으며, 최근 사회적 관심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은이들은 교실 안에서 직접 겪은 학교폭력 사례들을 묶어 여섯편의 단편소설로 만들었다. 학교폭력의 실체를 독자들과 함께 보고, 함께 대책을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이에 책 속에는 최근 다시 터져나온 신문기사나 국가 정책에서도 볼 수 없는, 교사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대안이 녹아들어가 있다. “여자아이들의 따돌림은 남자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 남자아이들은 친하지 않은 아이를 지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여자아이들은 가장 친한 친구중 한 아이를 따돌린다. 남자아이들은 때리거나 놀리는 등 눈에 보이게 괴롭히는 데 반해, 여자아이들은 교묘하고 은밀하게 괴롭히는 식이다. 하루 종일 한마디도 걸지 않거나 눈이 마주칠 때마다 째려본다. 저희들끼리 모여 따돌리는 아이 뒤에서 과장되게 웃고 떠들어 기를 죽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역지사지가 잘 되지 않는다. 끝까지 자기 입장과 감정만 중요할 뿐이다. 간접적이지만 ‘자기가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죄책감을 느끼게 해 감정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따돌림, 권력다툼, 센 척, 선생님과의 투쟁 등 학교폭력의 온갖 양태가 등장한다. ‘평화의 신은 없다’에선 폭력 가해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초보 교사의 좌충우돌이 나온다. 그는 결국 자신의 힘과 권위를 보여줌으로서 질서를 잡아가지만 “우리 반은 진정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것일까” 되묻는다. ‘평화의 신은 있다’에선 반대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숨겨진 양심과 미안함을 자극해 어떻게 교실 내 화해를 가져왔는지를 증언한다. 이밖에 ‘나이팅게일의 일기’에선 따돌림받지 않기 위해 따돌려야 하는 착한 아이들의 현실과 ‘일진’을 정점으로 피라미드처럼 층층 구조로 된 아이들의 권력구조를 보여준다. 지은이들을 대표해 김경욱 교사는 “아이들은 늘 서로 비교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일상적인 현실에 처해 있다”며 “학교폭력은 아이들이 비극적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드러내 친구들과 화목한 관계를 만들 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법과 공권력보다 더욱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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