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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독거노인들의 절절한 목소리

등록 2011-04-01 21:25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잠깐독서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이탈리아 시인 파솔리니는 “희망이 전혀 없는 절망이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도시락 하나로 이틀을 견디는 할머니, 20년 동안 라면 한개로 하루 식사를 해결하는 할아버지,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은 채 전기장판에 의지해 몸을 녹이는 할머니. 식민지·전쟁·차별이라는 근현대사의 질곡에 가난·질병·상처 같은 고통까지 겹친 이들의 삶에 과연 희망이 들어설 바늘 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독거노인 열두명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이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구구절절하고 파란만장하다. 젊어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무거운 화장품 가방을 메고 다니다 관절염이 왔지만, 그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뒤 가슴에 슬픔이 맺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임 할머니. 그래도 아프고 쑤셔 잠이 오지 않을 땐 애들이 그리워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아들 이름을 목놓아 불러본단다. 하지만 내가 낳지도 않은 자식 때문에, 호적에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지은이는 값싼 동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외로운 삶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얘기하고 싶어 이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의 삶에 우리가 정말 아무 책임도 상관도 없는지를 되묻는다. 내 부모 세대의 모습이며 훗날 나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과거와 개인사를 가졌으되, 오늘 그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사회적 무관심이다. 그들의 과거를 연민하기 이전에 현재 이들의 삶을 위로해야 하는 이유다. 죽음마저 고독하게 해서는 안 된다. 김혜원 지음/오마이북·1만3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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