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
[하니스페셜] 북하니/
워낭
담백한 문장으로 빚어내는 이순원 특유의 서정성이 더 은근하고도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워낭>은 석기시대 이후, 우리 민족과 더불어 생업을 함께하며 살아온 ‘소’의 내력을 통해 인간세계를 반추해보는 이야기이다.
읽다 보면 소의 이야기인지, 인간의 이야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소와 사람과 그들이 함께 일군 대지와 쟁기의 삶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권할 수 있는 가족 성장 소설이라 할 만하다.
강원도 깊은 시골, 노비제도가 폐지되든 말든 바깥세상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곳인 우추리 차무집 외양간에 어느 날, 어미와 생이별한 ‘그릿소’가 들어오면서 차무집 외양간 12대의 내력이 잘랑잘랑 맑은 소리를 내며 바람을 흔드는 워낭처럼 펼쳐진다. 여기에 소를 내 어미처럼, 내 자식처럼 아끼며 살아가는 차무집의 4대에 걸친 내력 또한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특히 차무집 어른이 “아주 힘들고 귀하게 낳은 자식”이라 말하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 ‘세일’의 이야기는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듯, 십여 년 전에 발표했던 작품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의 한 부분을 변형한 것이다. 작가는 인간세계의 편견과 불통의 장벽으로 상처받은 순수한 영혼이 소와의 교감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실천문학사·1만1천원.
김혜선/실천문학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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