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바다로 갔다

등록 2011-03-11 21:35

항항포포
항항포포
항항포포

예순이 넘은 베스트셀러 작가 임종산은 이십대 제자 소연과 사랑에 빠진다. 제자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자 작가는 그를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묘한 매력을 가진 묘연을 만나 동행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 누군가를 잊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새로운 로맨스가 피어난다는 흔한 설정에 흥미가 생긴 건 이 문장을 만났을 때다. “저는 저에게 묻곤 해요. 너는 연약한 존재냐? 외로워 울곤 하느냐?”(180쪽) 묘연은 종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묻고 답한다고 했다.

“바다는 평생 동안 풀어야 할 철학적인 명제”라는 지은이는 바다 속에 한 여자를 묻어놓고 사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길 찾기’를 시도한다. 밀물과 썰물을 보며 삶과 죽음을 떠올리고, 바닷길을 따라 걸으며 누군가와 함께해도 채워지지 않는 고독의 시간을 되새긴다. 마치 길 따라 가다가도 길을 잃어버리고, 새 길을 찾아 또 헤매는 우리네 인생이 주인공의 여정에 담겨 있는 듯하다. 지은이는 주인공이 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 나선 길을 아름다운 섬과 항구에 맞췄다. 흑산도, 홍도, 제주도, 해남, 울릉도 등 해안선을 따라 여행하는 과정에선 그 지역과 얽힌 시와 음식이 추억의 산물이 된다. 남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제자가 외우던 이성복의 시 <남해금산>을, 밤바다를 보며 마시는 쓰디쓴 소주 한잔에 옛 여인을 생각하는 식이다. 구도의 길이 무겁지 않은 건 도피의 길이기도 해서다. 주인공의 마음을 흔드는 묘연이 조폭의 아내로 쫓기는 신세라는 설정은 소설의 끝을 궁금하게 만든다. 진중한 역사 소설을 썼던 작가가 일흔이 넘어 시도한 로맨스 소설이다. 한승원 지음/현대문학·1만2000원.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1.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2.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3.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지난해 가장 많이 들은 ‘팝’ 2위가 뉴진스 슈퍼내추럴이라고? 4.

지난해 가장 많이 들은 ‘팝’ 2위가 뉴진스 슈퍼내추럴이라고?

저항의 한복판, ‘3.5%’가 만드는 혁신…전략보다 중요한 건 [.txt] 5.

저항의 한복판, ‘3.5%’가 만드는 혁신…전략보다 중요한 건 [.txt]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