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24시
한국외교 24시 ‘국내 정치만 바라본다’, ‘이벤트 유치에 사활을 건다’, ‘실리보다 형식을 중시한다’. 소제목만으로도 책 내용을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한국외교 24시>는 한국 외교의 빛과 그늘을 생동감 있는 일화를 통해 소개했다. 문민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20여년 동안 외교 현장을 취재한 현직기자인 지은이는 우리 외교 행태를 실리도 자주도 없이 포장과 형식에만 몰두한 ‘깃발 외교’라고 일갈한다. 당장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그 좋은 예다. 출범 초 한국이 대내외에 자원외교에 ‘올인’하기로 선언한 순간, 거래 상대국들은 자원가격을 엄청나게 올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성과랍시고 내세우던 수많은 계약들이 지금은 무관심 속에 한갓 휴지 조각으로 전락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군 이래 최대의 외교적 성과, 국운 상승의 기회”라고 자화자찬하던 ‘G20 정상회의’ 역시 국외에선 코웃음 칠 일이라고 꼬집는다.
그런데도 정권을 가리지 않고 왜 이런 고질병이 반복되는 걸까? 지은이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직업 외교관들의 자질 부족을 그 하나로 꼽고 있다.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사건에서 드러난 폐쇄적 관료주의·순혈주의는 알려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 외교관은 3S를 잘한다”는 다른 나라 외교관의 지적엔 낯이 붉어질 지경이다. 회의에서 침묵(Silent)하다가 그다음에는 미소(Smile)를 짓고, 그러고 나서도 회의가 끝나지 않으면 잔다(Sleep)는 뜻이란다. 언어능력도 전문성도 부족한 외교관들의 현주소다. 책은 이런 고발을 넘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미·대중 외교의 현주소와 쟁점들도 진단하고 있다. 이승철 지음/부키·1만6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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