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피아
육두피아
사회적 명예와 성공이 보장된 ‘6두품’으로 올라가는 티켓, 이것을 보장받는 서울 유명대학의 입학과 졸업식이 줄을 잇고 있다. 각종 고시 합격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교문은 대한민국 상위 1% 안으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합격생들에게 그들이 이 사회의 지향점을 제시해야 할 지식인의 엄중한 길에 들어섰음을 일러준 적이 있을까.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고, 떡 하나가 더 주는 배부름보다 시대와 역사의 소명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가 되기를 말이다. 서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수배가 해제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해 현재는 대북 경협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정영훈 변호사는 <육두피아>를 통해 이들에게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개혁의지를 꺼내들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그는 동서양의 사상가들을 불러내,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비춰 한국 사회를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한다. 예를 들어 신라시대 골품제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펴는 데 한계를 맛본 육두품 출신 최치원, 최승우, 최언위와의 가상 대담을 통해 6두품, 즉 지식인이 해야 할 일을 논한 뒤 “노선 없는 세력은 맹목적이고 세력 없는 노선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언을 받는다.
‘개혁의 열정’을 갈구한 지은이 이력처럼, 책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 구성원이 먹고사는 문제 걱정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더 나은 세상 ‘육두피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정영훈 지음/팬덤북스·1만20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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