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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만화로 보는 버트런드 러셀의 지적 여정

등록 2011-02-18 19:43

로지코믹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1만4800원
로지코믹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1만4800원
세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과학에 의존한다. 그런데 과학은 수학에 의존한다. 지식의 토대이자 무한의 지식인 수학은 참인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깊은 상상력은 때로 부작용이 따랐다. ‘지식의 토대’, ‘무한’을 증명하려던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망상증과 분열증으로 고통받았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기숙사 창문을 노트 삼아 하나의 문제에 열중하던 실존인물인 천재 수학자 존 내시는 오랜 시간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컴퓨터 발명의 뿌리가 된 <수학원리>를 집필한 논리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가족력인 정신분열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근원적인 지식의 토대를 파고든 천재 수학자와 논리학자들은 대부분 정신병에 시달렸다. 이들을 두고 ‘논리를 따지다 미쳤다’는 표현은 부족하면서도 충분하다.

러셀의 삶과 치열했던 지적 여정을 만화로 보여주는 <로지코믹스>도 “왜 유독 논리학자는 정신병에 잘 걸릴까”로 서술을 시작한다. 책은 러셀이 수학과 논리학에서 합리성의 근원을 찾아 나선 과정을 보여준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게오르크 칸토어, 앨런 튜링 등 19세기 말부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수학의 토대를 찾기 위해 추상적인 개념들과 씨름했던 천재들의 이야기는 덤이다. 책은 규칙에 맞게 진행하는 논리학처럼 러셀의 강연, 지식의 토대를 찾으려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들이 이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엮어 풀어낸다. 지식의 토대를 찾아 떠나는 철학 이야기라면 지루하거나 버거울 거라는 선입견은 버려도 좋다. 어려운 명제나 단어가 나오면 저자들은 러셀의 일대기에서 빠져나와 책을 만드는 과정인 현실에서 쉽게 풀이해준다.

러셀은 절대적 합리성이 가능하다고 믿고 한평생을 그 토대를 구축하는 데 바쳤다. 그러나 그는 논리학의 기초를 세우는 데 실패했다. 강연에 찾아온 청중을 향해 러셀은 말한다. “진리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 확실성의 모범인 논리학과 수학에서도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할 수 없다면, 하물며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에서는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논리학의 목표는 실재를 닮은 모형을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그 과정 속에서 지혜가 아니라고 배제되는 부분도 허용해야 명제가 성립되기도 한다. 설명되지 않는 것은 없다며 진리의 왕도를 찾아 헤맸던 러셀은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전부 다 알아도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제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논리학 체계가 여전히 불완전함을 시인한다.

책은 역사책이 아닌 만화 형식의 소설이다 보니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저자들은 사상적 모험에 나선 인물들의 지적 모험을 흥미롭게 보여주기 위해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철학적이며 실존적이며 감성적인 갈등을 더 드러내고자” 살을 덧붙였다고 했다.

300쪽이 넘는 이 만화는 제작 기간만 7년이 걸린 대작이다. 2009년 영국과 미국에서 영어판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 절대적 합리성의 토대를 구축하려 했던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지적 모험을 담고 있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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