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버스
숏버스
숏버스, 타드 카트(저능 차량), 치즈 박스….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과 분리돼 타는 미국의 특수학급용 스쿨버스를 가리키는 은어들이다. 1975년 장애인교육법이 제정돼 많은 장애인을 학교로 데리고 나온 대가로, ‘장애와 비장애’라는 구획이 생겨난 셈이다. <숏버스>의 지은이 조너선 무니도 이 버스의 학생 승객이었다. 읽기장애(난독증)로 교실에서 도망쳐 나와 화장실에 숨어 있곤 했던 ‘비정상’ 학생은 그 뒤 ‘정상’에 다가선다. 축구 장학생으로 브라운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책을 내고 강의도 다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는 ‘정상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자신이 ‘장애 극복’을 이야기하는 게 사기극처럼 느껴진다.
2003년 중고 숏버스를 타고 넉 달 동안 미국 전역 5만6000㎞를 누비게 된 이유다. 그 여행길에서 그는 자신처럼 읽기장애를 겪으면서도 축구를 좋아하는 12살 소년 브렌트, 대학수능시험(SAT)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주의력결핍장애가 있는 대학 동창 켄트 등 13명의 ‘비정상인’을 만난다. 빤히 쳐다보는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은이의 상처도 차츰 치유돼가고 결국 ‘숏버스를 타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긍정하게 된다. 그리고 지은이는 누군가에게 “너는 정상이 아니야”란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정상’이란 개념은 대체 어디서 왔느냐고,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이 비틀렸는지 아느냐고. 전미영 옮김/부키·1만3500원.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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