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발견
인권의 발견
‘보편적 인권’이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이며 이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가 ‘아시아적 가치’를 주창하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과연 보편적인 가치인가”를 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현재 북한 인권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인권의 발견>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지적 탐구의 여정이다. 미국의 인권철학자인 윌리엄 탤벗은 대항해시대 남아메리카에서 활동한 스페인 주교 라스카사스가 원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제국주의적 도덕틀을 벗어나 보편적 인권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해답을 구한다. 그 핵심엔 ‘감정이입적 이해’가 있다. 타인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인간성에 응답하며 마음으로부터 접근하는 것이 이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명백한 기본권은 수천년 동안 축적된 인간의 사회적 생존 체험에 근거한 것으로 도덕적이며 경험적인 ‘발견’이다. 지은이는 이를 근거로 도덕·인권의 진보는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인권 신장의 역사는 인권을 누릴 주체가 확대되면서 그 구체적인 목록이 풍부해진다는 뜻이다. 지은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보편성이 빠질 수 있는 흔한 함정인 무오류성의 신화다. 우리가 내리는 윤리적·지적 판단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를 수용하고, 계속해서 수정·보완해야 진실과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결론은 자연스럽게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왜 독재정치보다 나은지로 귀결된다. 윌리엄 탤벗 지음·은우근 옮김/한길사·2만2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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