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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넉넉하고 강인한 우리 나무 셋

등록 2011-01-28 19:16수정 2011-01-28 20:09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고규홍 지음/다산기획·각 권 1만2000원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고규홍 지음/다산기획·각 권 1만2000원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산이나 들녘, 동네 입구와 옛집, 절과 서원에서 늘 만나는 나무들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시리즈 세 권(소나무·느티나무·은행나무)은 이 나무들과 함께한 우리 역사와 문화, 민중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나무를 통해 지조 높은 선비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느티나무를 통해 민중의 삶의 애환을 발견하고, 은행나무에서는 격조 있는 유학과 불교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가 소나무인데 ‘우두머리 나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반룡송은 신라시대 도선선사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기기묘묘하게 꼬인 모습에서 세월을 견딘 선비의 지조를 느끼게 한다.

소나무가 옛날 선비들의 꼬장꼬장함을 닮았다면, 느티나무는 언제라도 편안한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푸근함을 닮았다. 늙어갈수록 몸통은 점점 커지지만 둥글게 퍼져나간 나무 갈래들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느티나무는 한여름 더위에 지친 나그네부터 낮잠 자는 어린아이까지 쉴 자리를 내주는 넉넉한 품도 지녔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에는 독립투사 느티나무가 있다. 마을에 있는 느티나무에 헝겊을 매달아 일제 순사의 동향을 독립군에게 알려줬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 살았던 은행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가운데 하나이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나 경기도 용인시 용주사에 있는 은행나무는 모두 1000년을 넘게 살았다. 원자폭탄에 새까맣게 타버려도 이듬해 새싹이 돋는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공자를 모신 사당인 궐리사에 있는 은행나무는 ‘죽었다 살아난 나무’로 유명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12년 동안 발품을 팔아 직접 나무가 서 있는 현장을 답사한 뒤 썼다. 책은 나무를 인문학 관점에서 바라봤지만, 식물학 관점에서 본 나무의 생태도 꼼꼼히 담았다. 소나무가 당하는 수난도 ‘고발’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70년 후에는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책으로 성인이나 식물 애호가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법하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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