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조선 운동사>
안티조선 운동사
안티조선 운동의 기억이 희미해진 2010년 마지막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선일보> 방송을 허가했다. <조선>은 종합편성채널 심사위원회 평가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18점을 획득해 <중앙> <동아> 등 경쟁자를 압도했다. <조선>이 거리낌없이 공정하고 공익을 추구한다고 평가받는 지금, <조선>을 비판하고 싸웠던 안티조선 운동의 역사를 다룬 책이 나왔다. 2000년대 그 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한윤형씨가 다시 “안티조선 운동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켰을까?”라는 본질적 물음을 자신도 뼈아프게 던졌다.
<안티조선 운동사>는 잊힌 전장으로 독자를 초대하기 위해 한국 언론의 역사부터 살핀다. 일제부터 군부독재를 거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까지 언론이 어떻게 싸우고 타협해왔는지 보며, ‘공정’이라는 탈을 쓴 언론을 까발린다. 그러곤 안티조선 운동을 돌이켜보며, 참여정부 출범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운동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살핀다. 그렇다고 ‘성공한 대중운동’으로 옹호하지만은 않는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보수-진보) 언론 전쟁은 과연 안티조선 운동이 언론 개혁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회의하게 한다”고 담담히 토로한다. <조선>이라는 목표를 지목해 욕을 하면 누구나 사회의식을 갖는 것처럼 됐지만, 사회가 진실로 개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삼성 등 자본 권력이 언론을 잠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목소리가 적은 최근의 상황을 보며 개탄한다. 그는 되묻는다. 안티조선 운동은 실패로 남아야 할까? 한윤형 지음/텍스트·1만85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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