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
잠깐독서/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
2010년은 독일이 통일된 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로 분단됐고, 동서 냉전체제의 최전선에 있었고, 오랜 분단 비용을 치렀다는 점에서 우리와 닮았다.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은 독일 정치학자가 보수 우파 연합당인 기민련/기사련이 냉전과 데탕트를 거치는 동안 취했던 통일정책의 변화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지 불과 몇달 뒤인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므로 21년 만에 우리말 번역본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아직도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데다, 이명박 보수우파 정권 3년 만에 지난 10년간의 남북 화해 분위기가 전쟁 직전의 살풍경으로 돌변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맞춤하다.
서독의 동방정책은 1969년 사민당/자민당 연정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화해 협력을 통한 점진적 변화와 동독의 내부개혁을 유도하기 위해 시작했다. 기민/기사당은 이런 접근이 동독 정권을 인정하고 재정지원을 용인하는 꼴이라며, 10년이 넘도록 동방정책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실효성이 확연해지자, 마지못해 동방정책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데탕트를 지지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민당보다 한술 더 떠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까지 여기게 됐다. 기민/기사당의 헬무트 콜 총리 정부는 “실용적이고 비즈니스처럼 운영되는 동방정책과 친통일·반공산주의 수사간의 조화”를 꾀했다. 이른바 ‘이중적 접근법’이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겨온 사람들에게 독일의 경험이 교훈이 되기를” 희망했다. 클레이 클레멘스 지음·권영세 옮김/나남·2만5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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