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
뇌는 신이 인간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평균 잡아 1500㎤에 불과한 크기지만 감각과 운동·식욕과 성욕·감정 등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게 없다. 문학·예술 등 창조적인 사고도 해당한다. 더욱이 뇌는 대화를 하면서 다른 생각과 행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자유롭다. 이 ‘다재다능한’ 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의 저자 장 디디에 뱅상은 뇌를 알지 못하는 것은 ‘이집트에 가서 피라미드를 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단언한다. 뇌를 알아야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대한 뇌의 영역을 먹고 마시는 욕망부터 도덕 등 고차원적인 부분까지 입체적으로 살핀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단것을 잔뜩 먹을 수 있는 이유와, 사랑을 하는 것은 가슴이 뛰어서가 아니라 뇌 시상하부의 신경전달물질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풀어놓는다. 또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에겐 ‘20분이 지나도 잠들지 못하면 일어나서 다른 방으로 가라. 다시 졸리면 침대로 돌아와라. 단 맥주는 금물이다’ 등의 조언도 건넨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뇌 여행이지만, 프랑스의 신경생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수많은 사례가 담긴 글상자와 각 분야 대가들의 글을 더해 흥미를 돋웠다. 인간의 활동을 생물학적인 뉴런의 작용으로 규정하기보다 인문학을 끌어들여 뇌 백과사전으로 만들었다.
장 디디에 뱅상 지음·이세진 옮김/북하우스퍼블리셔스·2만50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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