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커피로드>
잠깐독서/
히말라야 커피로드
<히말라야 커피로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희망’이 아닐까 싶다. 가난 탓에 상급학교 진학의 꿈을 접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열일곱 소년가장 움나트, 남편을 결핵으로 잃고 홀로 네 아이를 키우는 스물다섯 엄마 미나, 타지로 떠난 형을 대신해 홀로 다시 커피를 심고, 그 커피와 함께 상실감을 치유해 가는 수바커르. 배우지 못해 늘 손해만 보고 사는, 그래서 여덟살 아들을 글 스승으로 둔 로크나트. 이들에게 커피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자 운명이다.
<교육방송> 다큐 프로그램으로도 방영된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이 히말라야 품속에 자리한 말레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80일을 책으로 펴냈다. 흔해 빠진 커피 이야기가 아닌, 커피를 키우는 농부들의 순수한 땀방울과 영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커피 수확량을 늘리기보다 깨끗한 커피, 건강한 커피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유기농 방식을 지켜온 이들. 우리에겐 ‘아름다운 가게’가 판매하는 ‘히말라야의 선물’로 알려진 공정무역 커피를 생산하는 주인공들이다. 누구보다 커피농사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이지만 제작진이 방문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커피를 마셔본 적도 커피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조차 몰랐다는 사실엔 놀라움보다 미안함이 앞선다. 말레 마을의 커피를 더욱 가치 있게 해준 건 공정무역 덕분이다. 내가 마신 한잔의 공정무역 커피가 과연 어떻게 그들의 삶을 바꿔가고 있는지 알게 됐을 땐 내 손에 들린 커피 한잔이 한결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김영사·1만2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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