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소희의 방〉
이금이 지음/푸른책들·1만1000원 소희 가슴속의 내비게이션은 시도 때도 없이 엄마에게 가는 길을 찍었다. 엄마와 수다 떨고, 엄마와 쇼핑하고, 엄마와 여행 가고, 이런 상상만으로도 소희는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이런 소희가 드디어 엄마를 만났다. 1999년 5월 출간된 뒤 출판사 추산 50만부가 팔린 성장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소희가 돌아왔다. 전작에서 아빠와 엄마 없이 할머니 손에서 홀로 크며 가슴앓이를 했던 소녀가, 이제 재혼한 친엄마와 사는 삶으로 뛰어든다. 성도 새아빠를 따라 윤에서 정으로 바꾸고, 자신의 과거를 알 수 없는 새 학교로 전학을 간다. 고향마을의 친구와도 연락을 끊었다. 더구나 새 집은 부유하기까지 해 소녀의 삶은 이전과 180도 바뀐다. 동정만 받던 처지에서 이젠 명품을 입고 다니며 사춘기 소녀들의 선망까지 받는다. 그러나 소희의 새 삶의 길은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부모를 다시 만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지만, 소녀의 아픔은 그렇게 외면적으로 부재했던 것을 채워서 아물어지진 않았다. 실은 기대했던 엄마의 사랑에서 외면당한다고 느끼자, 내면의 상처는 더 벌어져 있었다. 결국 새아빠의 아이와 갈등이 일어나는 순간 소희는 결국 집을 나서게 되는데…. <소희의 방>은 열다섯살 소녀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삼아 성장통만을 그린 소설은 아니다. 소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남편에게 숨죽여야 했던 엄마와 어려운 사정 탓에 소희를 돕지 못한 친척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위안을 받는 청소년 등. 결핍과 소외로 인해 조숙한 척했던 소희가 주변을 돌아보며 그들 역시 남모르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따라간다. 또 소설은 자신이 ‘착한 척’ 참는 것이 관계를 맺는 데 최선이 아님을 일러준다. 10년 만에 속편을 쓴 작가 이금이씨는 “(전작에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소희가 상처를 이기고 성장해 가는 모습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 아이의 억눌린 본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이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금이 지음/푸른책들·1만1000원 소희 가슴속의 내비게이션은 시도 때도 없이 엄마에게 가는 길을 찍었다. 엄마와 수다 떨고, 엄마와 쇼핑하고, 엄마와 여행 가고, 이런 상상만으로도 소희는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이런 소희가 드디어 엄마를 만났다. 1999년 5월 출간된 뒤 출판사 추산 50만부가 팔린 성장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소희가 돌아왔다. 전작에서 아빠와 엄마 없이 할머니 손에서 홀로 크며 가슴앓이를 했던 소녀가, 이제 재혼한 친엄마와 사는 삶으로 뛰어든다. 성도 새아빠를 따라 윤에서 정으로 바꾸고, 자신의 과거를 알 수 없는 새 학교로 전학을 간다. 고향마을의 친구와도 연락을 끊었다. 더구나 새 집은 부유하기까지 해 소녀의 삶은 이전과 180도 바뀐다. 동정만 받던 처지에서 이젠 명품을 입고 다니며 사춘기 소녀들의 선망까지 받는다. 그러나 소희의 새 삶의 길은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부모를 다시 만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지만, 소녀의 아픔은 그렇게 외면적으로 부재했던 것을 채워서 아물어지진 않았다. 실은 기대했던 엄마의 사랑에서 외면당한다고 느끼자, 내면의 상처는 더 벌어져 있었다. 결국 새아빠의 아이와 갈등이 일어나는 순간 소희는 결국 집을 나서게 되는데…. <소희의 방>은 열다섯살 소녀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삼아 성장통만을 그린 소설은 아니다. 소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남편에게 숨죽여야 했던 엄마와 어려운 사정 탓에 소희를 돕지 못한 친척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위안을 받는 청소년 등. 결핍과 소외로 인해 조숙한 척했던 소희가 주변을 돌아보며 그들 역시 남모르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따라간다. 또 소설은 자신이 ‘착한 척’ 참는 것이 관계를 맺는 데 최선이 아님을 일러준다. 10년 만에 속편을 쓴 작가 이금이씨는 “(전작에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소희가 상처를 이기고 성장해 가는 모습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 아이의 억눌린 본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이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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