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흙〉
1m도 안 되는 지구의 ‘살갗’. 우리는 이곳에 기생하며 살고 있다. 지구를 얇게 덮고 있는 토양단면 ‘흙’은 두께가 30~90㎝에 불과하지만 온갖 식물을 키워냈고 동물을 살찌웠다. 인류도 이 흙을 경작해 지금의 문명을 일궈냈다. 하지만 <흙>의 지은이 데이비드 몽고메리 교수(미국 워싱턴대 지구우주과학부)는 우리가 지금 “지구의 살갗을 벗겨내고 있다”고 말한다. 수억년 동안 쌓여 영양분이 풍부한 흙을, 인류가 숲 개간,농경지 확대, 이윤 목적의 대농장 경영, 기계화 등을 통해 수백년 만에 다 써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메르·이집트·로마 문명 등의 성쇠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풍부한 생산력을 가져다준 토지를 계속 개간하고 경작한 결과 흙은 영양분을 잃고, 결국 식량이 부족해져 사회를 분열과 멸망으로 몰았다.
<흙>은 과거 농경문명 사례에만 그치지 않는다. 석유와 기술개발에 힘입은 대규모 단일 작물 농사로 생산된 밥을 먹고 사는 우리에게도 경고를 준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화학비료를 더 투입한다고 해도 이제 작물의 생산량이 늘지 않는다. 또 비료를 만들 석유 등의 자원 역시 고갈되고 있다. 현대 문명 역시 ‘우주에 존재하는 섬’ 지구를 소모하고 있다. 대안으로 몽고메리 교수는 근본적으로 농업을 재편성해 흙의 비옥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구를 돌아 운송되는 대형마트의 식품을 구매할 게 아니라, 지역 시장에서 지역생산물을 산다면 지구 한쪽의 흙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쿠바가 미국의 대외무역제재 속에서도 도시 안 텃밭을 가꿔 식량난을 해결한 사례도 흥미롭다.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이수영 옮김/삼천리·1만90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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