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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문제-조지 부시의 백악관 내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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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문제-조지 부시의 백악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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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1기 임기 중, 그를 다룬 책만 100종 이상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41대) 시절에 나온 책은 10여종에 불과했다. 아버지보다 아들이 훨씬 관심을 끌고,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는 얘기다.
이건 정치인으로선 좋은 일이지만, 부시에겐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부시를 다룬 수많은 책들은 대개 그를 비판하는 책들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유명 서점체인 ‘반스 앤 노블’은 아예 부시를 때리는(‘부시 배싱’) 책들만 모은 코너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부시가 재선되지 말아야할 10가지 이유> <미국의 패배> <조지 부시의 미국내 슬픈 승자들> 등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안티 부시’ 책들이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책이 한권 있었다. 탐사 전문작가인 로널드 케슬러의 <성격의 문제(매터 오브 캐릭터)-조지 부시의 백악관 내부>다. 제목만으로는 부시 성격이나 스타일의 문제를 다룬 것 같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지난해 9월 출판된 이 책은 ‘친 부시’ 책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선거 특수를 톡톡히 탔다. 부시 캠프에선 웹사이트에 이 책을 ‘권장도서’로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읽기를 권했다. 케슬러는 인터뷰에서 “2000년 대선 때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지만, 이 책을 보면 그게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부시의 국정운영을 예찬하고 있다.
저자의 성향을 미리 염두에 두기만 하면, 이 책이 갖는 장점은 여럿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은 역대 어느 백악관보다 폐쇄적이란 평을 듣는다. 언론의 접근이 극히 어렵다. 그러나 케슬러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앤드류 카드 비서실장, 칼 로브 정치고문(현 비서실 차장),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현 국무장관) 등 핵심 측근들을 거의 모두 인터뷰했다. 백악관의 전폭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미화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부시와 그 측근들의 일하는 스타일, 사고방식, 개인적 관계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부시와 참모들 인터뷰
“가장 폐쇄적” 비판받는
부시 백악관 엿볼 수 있어
‘친부시’ 책으론 드물게
베스트셀러 반열 올라 가령 콘돌리자 라이스는 부시를 이렇게 묘사한다. “대통령은 매우 솔직한 사람이고,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의 앞에서 지나치게 현학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과 외국정상과의 최고의 관계는 그가 외국정상 역시 자신처럼 솔직하다는 걸 느낄 때이다. 그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보디랭기지로 이걸 느낄 수 있다.”
정책 차이를 옆으로 미뤄놓는다면,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친할 수 있는 건 둘 다 이런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부시는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건 단순한 외교적 언사가 아니라, 부시의 솔직한 느낌을 토로한 말일 수 있다. 부시와 그의 최측근 참모인 칼 로브와의 개인적 관계도 눈길을 끈다. 케슬러는 “(비판론자들은) 칼 로브를 부시의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이건 부시는 ‘머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그가 기술한 에피소드 중엔 언뜻언뜻 부시가 얼마나 칼 로브에 의존하는가가 나온다. 부시가 다른 참모들과 논의를 할 때 항상 “칼 로브는 어떻게 생각하지?”라고 물어본다는 건 단적인 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씌어진 데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정치인·관료들이 많이 등장해 술술 잘 읽힌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내용들을 더 자세하게 서술한 것들도 있다. 또 하나, ‘친 부시’가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볼 만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에서 나름대로 부시 재집권의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탓이다. 어느 나라든지 대통령을 실수로 뽑지는 않는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우리는 실수 때문에 졌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 선거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동의하든 안하든, 이 책을 읽으면서 “부시가 어떻게 미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가장 폐쇄적” 비판받는
부시 백악관 엿볼 수 있어
‘친부시’ 책으론 드물게
베스트셀러 반열 올라 가령 콘돌리자 라이스는 부시를 이렇게 묘사한다. “대통령은 매우 솔직한 사람이고,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의 앞에서 지나치게 현학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과 외국정상과의 최고의 관계는 그가 외국정상 역시 자신처럼 솔직하다는 걸 느낄 때이다. 그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보디랭기지로 이걸 느낄 수 있다.”
정책 차이를 옆으로 미뤄놓는다면,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친할 수 있는 건 둘 다 이런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부시는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건 단순한 외교적 언사가 아니라, 부시의 솔직한 느낌을 토로한 말일 수 있다. 부시와 그의 최측근 참모인 칼 로브와의 개인적 관계도 눈길을 끈다. 케슬러는 “(비판론자들은) 칼 로브를 부시의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이건 부시는 ‘머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그가 기술한 에피소드 중엔 언뜻언뜻 부시가 얼마나 칼 로브에 의존하는가가 나온다. 부시가 다른 참모들과 논의를 할 때 항상 “칼 로브는 어떻게 생각하지?”라고 물어본다는 건 단적인 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씌어진 데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정치인·관료들이 많이 등장해 술술 잘 읽힌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내용들을 더 자세하게 서술한 것들도 있다. 또 하나, ‘친 부시’가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볼 만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에서 나름대로 부시 재집권의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탓이다. 어느 나라든지 대통령을 실수로 뽑지는 않는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우리는 실수 때문에 졌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 선거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동의하든 안하든, 이 책을 읽으면서 “부시가 어떻게 미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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