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돌>
[잠깐독서] 아이엠돌
최근 국내로 컴백한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21)는 “방송국에서 후배들을 보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십대 초반의 소녀시대마저 선배가 됐고, 십대 후반의 아이돌그룹이 이미 점령해버린 한국 가요계. 이런 곳에서 삼십대 아이돌 그룹의 등장이라면 상상이 될까?
작가 김민서씨는 이런 아찔한 상상을 소재로 ‘삼십대 아저씨’ 그룹을 ‘정글 같은’ 가요계에 밀어넣는다. 1990년대 후반 한때 반짝했던 퇴락한 스타와 명문대 출신 사법고시 합격자, 세상과 등진 비만 작곡가, 얼굴 없는 드라마 오에스티(OST) 가수 등 삼십대 네 명과 이십대 아이돌 연습생 준을 묶어 이들의 데뷔 과정을 찬찬히 따라간다. 노래도 엉망, 댄스도 엉망이지만 이들은 힘든 준비 과정과 갈등을 겪으며 ‘아이엠돌’이라는 그룹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무대에 데뷔한다. 자본력 있는 기획사는 이들의 ‘슈퍼스타 케이’ 뺨치는 개인사를 묶어 마케팅에 활용해 대중을 열광케 한다.
하지만 <아이엠돌>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기획사는 사실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 내부 배신자의 말을 언론에 흘려 스캔들을 만들고, 불협화음을 조장한다. ‘상품가치가 있는 어린’ 준만을 솔로 가수로 키우기 위해 ‘아저씨’들을 이용하고 용도폐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과연 삼십대 아이돌은 한국 연예계를 정복한 대형 기획사의 음모를 피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아이돌 스타를 직접 기른 매니저·안무가, 아이돌 연습생 등을 두루 취재해 사실감을 살렸다. 김민서 지음/세계사·1만18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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