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앞으로 10년 뒤 우리는 바나나를 먹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값이 폭등해 사먹기 힘들어진 배추김치처럼 식탁에서 잠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바나나는 지금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파나마에서 시작돼 ‘파나마병’이라 불리는 전염병이 무섭게 세계를 돌며 바나나 잎을 말려죽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문득 이런 기사를 읽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댄 쾨펠은 3년 동안 바나나 추적에 나섰다. 온두라스, 에콰도르, 벨기에 등지를 돌며 바나나 농장과 연구소를 둘러본 뒤 내린 결론은 파나마병은 세계화가 부른 바나나 재앙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싼값에 전세계 소비자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대량으로 단일작물을 생산하는 플랜테이션농법이 역설적으로 바나나의 멸종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바나나>는 역사상 적어도 7000년 전에 등장한 바나나가 어떻게 현대인들의 식탁에 오른 뒤 멸종위기에 처했는지 추적한다. 밀·쌀·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바나나는 수송을 위해 냉장설비를 갖춘 선박을 만들게 하는 등 과일산업을 일으켰다. 전세계로 운반이 가능해지자 ‘돌’과 같은 대기업들은 남미와 아시아 등지에서 바나나를 대량으로 재배했고, 바나나 농장 땅을 지키기 위해 과테말라에선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정권을 전복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생산유통방식은 바나나가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미 1960년대까지 주로 먹던 ‘그로 미셸’이란 품종은 멸종됐고, 우리가 먹는 지금의 바나나 역시 그런 위기에 처해 있다. 댄 쾨펠 지음·김세진 옮김/이마고·1만50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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