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 맛이다〉
〈인생, 이 맛이다〉
그는 맥주를 사랑한다. 애주가냐고? 지난 밤 몇 잔의 술을 마셨는지는 그에겐 중요치 않다. 그의 이론을 보면 ‘진정한 맥주사랑’의 3단계는 이렇다. 1단계 맥주가 맛있는 호프집 발굴, 2단계 인터넷에서 맥주맛을 품평할 경지, 3단계는 직접 맥주 빚기. 마지막 ‘맥주당’ 단계를 이미 넘어선, <인생, 이 맛이다>의 지은이 고나무 <한겨레> 기자는 “맥주는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행복하게 발효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맥주를 만들어준다니 발효통은 그에겐 ‘각시’다. 떨리는 마음으로 ‘홈 브루잉’을 하는 1주일 동안, 그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이렇게 고백한다. “나흘째부터는 불쑥불쑥 발효통에 귀를 댔다. 임신한 아내 배에 귀를 기울이는 남편이 이런 심정일 것 같다.” 혀끝을 감도는 크림맛을 잊을 수 없는 그는 결국 사랑의 근원을 찾아나선다. 국내 하우스맥주양조장의 이름난 장인들을 만나 묻고, 대형 맥주회사의 맥아공장도 들여다본다. 또 양조장에 직접 뛰어들어 한 달 동안 일하며 맥아가루를 뒤집어쓴 생생한 경험도 책에 담아낸다. 맥주 맛을 찾다보니 한국의 식당에선 다양한 맥주를 찾기 힘든 구조도 포착한다. 전국적으로 1212명에게만 허용된 주류도매면허와 높은 세금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아버렸다. 또 ‘주당’들도 잘 모르는, 맥주에 물을 섞는 ‘하이 그래비티 공정’을 국내 맥주회사들이 쓰고 있는 것도 확인한다. <인생, 이 맛이다>를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세계의 온갖 맥주를 마시러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솟구칠 것이다. /해냄·1만28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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