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영학〉
잠깐독서 /
〈위험한 경영학〉
판검사나 의사 같은 전통적인 ‘엄친아’ 외에, 언젠가부터 다른 엄친아가 눈에 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우수한 경영대학원(MBA)을 다녔으며, 직장은 금융권이나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이들이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학비도 비싸다는 미국 엠비에이라니, 아마 경영에 대해 해박할 것이다. 그런데 잠깐.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엠비에이 출신이 아닌 직원들이 더 성공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성공적인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히는 잭 웰치 지이(GE) 회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학위를 따는 건 시간낭비”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마냥 믿어도 좋을 실력일까.
급여 수준도 높다고들 한다. 컨설턴트 출신인 지은이도 처음 회사로부터 연봉을 제안받고 “경영진들은 돈 감각이 전혀 없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돈 감각이 없는 것은 고객사였다. 철학을 전공해 경영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입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몇십만달러를 컨설팅 대가로 청구하고 있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결국 그 비용은 나를 포함한 최종 소비자의 부담이다. 지은이는 다양한 경험을 근거로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 톰 피터스 등 엄친아가 배운 경영학의 ‘대가’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과학 경영의 아버지’ 테일러는 과학을 도구 삼아 경영층 지배구조만 강화시켰고, 경영자가 되지 못할 사람들에게까지 경영학을 대중화시킨 피터스는 경영이론의 비현실적 특성을 낳았다. 주가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탐욕스런 악동만 배출하는 경영학을 뛰어넘는, 참된 경영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이 책을 꿰뚫는 주제다. 매슈 스튜어트 지음·이원재 이현숙 옮김/청림·1만6000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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