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
현지에서 150만부 팔린 ‘대안 교과서’
원주민 학살 등 ‘불편한 사실’도 담아
원주민 학살 등 ‘불편한 사실’도 담아
〈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
케네스 C. 데이비스 글·매트 포크너 그림·이충호 옮김/푸른숲주니어·1만5000원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때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은 미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미국을 우방으로 두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을 찬성하는 부모나 1980년대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등의 책과 일련의 사건을 통해 ‘반미’를 배웠던 부모. 양쪽 모두 아이들에게 미국의 ‘실체’를 편견 없이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는 이런 걱정 대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미국을 알려주기에 좋다. 15세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도착부터 2001년 9·11 사건까지 영토 확장과 남북전쟁에 이어 최강국이 되기까지 과정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본다. 미국인이 직접 썼지만 객관적이다. 예를 들어 ‘야만적인’ 원주민(인디언)을 소탕하는 서부영화 속의 미 기병대의 모습이 익숙한 독자에게 저자는 참혹한 이면을 보여준다. 서부 개척이 한창이던 1800년대 초, 미국 원주민 가운데서도 체로키족은 문명 부족이었다. 독자적인 대의제 정부를 갖춘 국가도 있었다. 체로키족의 지도자는 수도 워싱턴으로 가서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지낼 수 있도록 대법원에 청원을 넣어, 소유권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땅에 욕심을 낸 미국은 이들을 강제로 이동시켰고 체로키 2만여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책은 이런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도 다 담는다.
또 군사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전 고민도 살피며 미국의 변화를 보게 한다. 1차대전 당시 중립주의를 선언했던 미국이 마침내 참전을 결정했을 때, 이를 발표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측근에게 “오늘 내가 한 연설은 우리 젊은이들의 죽음을 요구하는 메시지였네. 그런데 박수갈채를 받다니 참 묘하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집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울었다. 이후 미국은 2차대전에도 참전하며 세계 ‘경찰’의 역할을 맡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지금 보이는 미국의 모습은 그동안의 역사가 축적된 ‘현재’다. 흑인들의 민권 운동, 대공황, 자본가들의 이익을 깬 반독점법, 여성인권 신장 운동 등 역사를 군데군데 수수께끼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역사상식’ 등의 코너에 나눠 담아 이해를 도왔다. 이런 힘 덕분에 <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는 미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대안 교과서로 평가받으며 150만부가 넘게 팔렸고,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35주 동안 머물렀다고 출판사는 전했다. 저자인 케네스 데이비스는 “미국사에 대한 변명이나 미화 없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케네스 C. 데이비스 글·매트 포크너 그림·이충호 옮김/푸른숲주니어·1만5000원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때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은 미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미국을 우방으로 두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을 찬성하는 부모나 1980년대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등의 책과 일련의 사건을 통해 ‘반미’를 배웠던 부모. 양쪽 모두 아이들에게 미국의 ‘실체’를 편견 없이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는 이런 걱정 대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미국을 알려주기에 좋다. 15세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도착부터 2001년 9·11 사건까지 영토 확장과 남북전쟁에 이어 최강국이 되기까지 과정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본다. 미국인이 직접 썼지만 객관적이다. 예를 들어 ‘야만적인’ 원주민(인디언)을 소탕하는 서부영화 속의 미 기병대의 모습이 익숙한 독자에게 저자는 참혹한 이면을 보여준다. 서부 개척이 한창이던 1800년대 초, 미국 원주민 가운데서도 체로키족은 문명 부족이었다. 독자적인 대의제 정부를 갖춘 국가도 있었다. 체로키족의 지도자는 수도 워싱턴으로 가서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지낼 수 있도록 대법원에 청원을 넣어, 소유권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땅에 욕심을 낸 미국은 이들을 강제로 이동시켰고 체로키 2만여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책은 이런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도 다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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