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잠깐독서 /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쎄울, 꼬레.” 텔레비전 화면은 종일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어눌한 ‘서울, 코리아’ 발음을 되풀이해 전하고 있었다. 때는 1981년 9월30일. ‘바덴바덴의 환희.’ 당시 가슴이 뛰었던 건 산골 초등학생만은 아니었을 터다. ‘88 서울올림픽’ 두 해 전 ‘86 아시안게임’이 열렸고, 14년이 흐른 뒤엔 ‘2002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거리를 채웠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는 한국 스포츠사의 빅 이벤트였던 국제대회 유치 과정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꼼꼼히 담고 있다. 지은이 최만립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그 역사의 현장 한복판에 서 있던 인물이다. 스포츠외교 실록이라 부를 만한 이 책은 두 번의 실패로 이어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의 뒷얘기도 소개한다. 첫 번째 유치 노력은 방송권 수익을 노린 미국 쪽의 음모와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당선을 바란 김운용씨의 비협조로 밴쿠버에 역전패했다. 평창으로 기우는 듯했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투표도 총회 장소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면서 한순간에 소치 쪽으로 쏠리고 말았다. 2002년 월드컵 유치의 초석이 된 정몽준 의원의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 과정의 비화도 있다. 1표 차이로 탈락할 뻔한 상황에서 ‘C’라고 적힌 무효표 하나를 ‘Chung’(정)이라고 주장해 유효표로 처리하면서 당선될 수 있었다. 지은이의 ‘끝나지 않은 도전’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포함된다. “평창과 더불어 금강산의 아름다운 위용을 소개한다면 세계 평화를 향한 진일보한 의미를 창출하는 세기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면서. /생각의나무·3만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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