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뒷간 이야기〉
선조 지혜 담긴 ‘부돌’, 왕실 매우틀…
이이화 할아버지의 구수한 ‘똥’ 이야기
이이화 할아버지의 구수한 ‘똥’ 이야기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뒷간 이야기〉
이이화 원작·김진섭 글·심가인 그림/파랑새·1만1000원 “이 빵꾸똥꾸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가 날린 이 한마디에 지난해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아이들이 웃으며 따라 하는 말에 어른들이 국회에서 심각하게 싸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근엄한’ 권고 조처까지 내렸다. 어린이들이 보기엔 ‘똥꾸’는 그렇게 심각한 주제가 아닌데 말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보다 웃기진 않지만, 아이들이 입에 쉽게 올리고 재미있어할 똥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출몰하는 ‘홍콩 할머니’ 부류의 소문이 아닌 우리 역사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뒷간’ 이야기를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뒷간 이야기>는 유익하게 풀어냈다.
먼저 수세식 화장실만 써온 아이들에게 옛 조상들은 왜 ‘푸세식’ 뒷간을 사용했는지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농경사회에서 똥오줌은 논밭에 꼭 필요한 거름이고, 선조들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담장 밖 한 구석에 벽을 치고 두 발을 올려서 똥을 눌 수 있는 ‘부돌’을 놓거나, 잘사는 집은 2층 뒷간을 만들어 다락에서 싼 똥을 아래층에서 쉽게 모을 수 있게 하는 등 옛 화장실의 구조도 알려준다. 똥을 눈 뒤에는 재와 왕겨 등을 덮어 발효시켜 냄새도 덜 나게 했다.
텔레비전 사극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임금님 뒷간 이야기도 있다. 궁중에서 왕의 똥과 오줌은 특별히 ‘매우’라고 불렸다. 왕실 사람들은 뒷간을 따로 가지 않고 나무와 비단으로 만든, ‘유아용 좌변기’처럼 생긴 ‘매우틀’에 볼일을 보았다. 왕이 똥을 누는 동안 내시나 상궁이 이를 지켜봤지만, 왕은 어릴 적부터 해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왕이 볼일을 보고난 뒤엔 똥을 의원에게 보여주어 건강상태도 확인했다. 실제 조선 후기 책 <오륜행실도>를 보면 ‘똥이 쓰면 곧 낫지만 달면 더 깊어진다’는 내용이 있어 똥 맛으로 병을 진단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한국사 이야기> 등 그동안 우리 역사에 대해 탁월한 저술활동을 해온 이이화 선생은 “뒷간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고, 어린이들이 오늘날 깨끗한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해 보게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전통 풍속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이 시리즈는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도깨비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욕심 많은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들에게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다는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실은 일본의 요괴 ‘오니’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려준다. 일제 때 이 이야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친숙해졌는데, 우리와 일본이 마치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책략이었다고 한다. 초등학생.
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이화 원작·김진섭 글·심가인 그림/파랑새·1만1000원 “이 빵꾸똥꾸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가 날린 이 한마디에 지난해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아이들이 웃으며 따라 하는 말에 어른들이 국회에서 심각하게 싸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근엄한’ 권고 조처까지 내렸다. 어린이들이 보기엔 ‘똥꾸’는 그렇게 심각한 주제가 아닌데 말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보다 웃기진 않지만, 아이들이 입에 쉽게 올리고 재미있어할 똥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출몰하는 ‘홍콩 할머니’ 부류의 소문이 아닌 우리 역사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뒷간’ 이야기를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뒷간 이야기>는 유익하게 풀어냈다.
16세기 궁중에서 왕이 사용하던 변기인 매우틀. 나무와 비단으로 만들어졌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파랑새 제공
텔레비전 사극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임금님 뒷간 이야기도 있다. 궁중에서 왕의 똥과 오줌은 특별히 ‘매우’라고 불렸다. 왕실 사람들은 뒷간을 따로 가지 않고 나무와 비단으로 만든, ‘유아용 좌변기’처럼 생긴 ‘매우틀’에 볼일을 보았다. 왕이 똥을 누는 동안 내시나 상궁이 이를 지켜봤지만, 왕은 어릴 적부터 해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왕이 볼일을 보고난 뒤엔 똥을 의원에게 보여주어 건강상태도 확인했다. 실제 조선 후기 책 <오륜행실도>를 보면 ‘똥이 쓰면 곧 낫지만 달면 더 깊어진다’는 내용이 있어 똥 맛으로 병을 진단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푸세식’ 뒷간에도 이유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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