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꿈을 쏘다〉
잠깐독서
〈로켓, 꿈을 쏘다〉
상상력은 인류 진보의 원천이다. 150여년 전 한 소설가가 쓴 당시로선 황당무계한 공상과학소설이 우주 개척의 첫 단추를 꿰게 했으니 말이다. 쥘 베른은 대포로 발사한 포탄을 타고 달로 간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줬다.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치올콥스키, 로버트 고더드, 베른헤르 폰 브라운, 헤르만 오베르트는 어린 시절 하나같이 이 소설의 열렬한 독자였다. 이들의 꿈이 현실이 되기까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을 터. <로켓, 꿈을 쏘다>는 우주 개척자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과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재직하고 있는 지은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로켓 전문가’다.
눈길을 끄는 건 처음 우주를 꿈꾼 사람들의 인생역정이다. 폰 브라운은 독일군의 로켓 무기 개발에 참가했다가 자신의 연구가 런던을 폭격한 장거리 탄도탄으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패전 뒤에는 미국의 포로가 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돕게 된다. 우주비행의 꿈을 위해 직접 조종사가 되고자 했던 코롤리오프 역시 소련 내부의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돼 7년간 강제수용소에서 지냈고, 그 수용소 안의 과학자들을 모아 폭격기를 개발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각각 아폴로 11호,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보낸 주역들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은 이들이 있었기에 인류의 소망도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미국와 소련이 어떻게 우주개발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비결 중 하나는 바로 ‘횡재’다. 정규수 지음/갤리온·1만5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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