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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허무주의 극복한 합리적 불교사상

등록 2010-06-04 18:27

〈다르마키르티와 불교인식론〉
〈다르마키르티와 불교인식론〉
인도 불교 사상가 ‘다르마키르티’
국내 연구자의 보기 드문 안내서
〈다르마키르티와 불교인식론〉
권서용 지음/그린비·2만3000원

다르마키르티(600~660·그림)는 7세기에 활동한 인도의 불교사상가다. 한자식 이름으로 법칭(法稱)이라고도 하는 다르마키르티는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미국·일본에는 다르마키르티학회가 구성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도 불교학파들의 주요 사상을 비판적으로 흡수하여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세웠다. 오늘날 인도 불교와 티베트 불교를 이해하는 데 그의 사상이 관건 구실을 한다고 한다. 7세기 이후 인도 철학사 연구는 다르마키르티 사상의 각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그의 영향은 심대했다. 불교철학 연구자 권서용(부산대 박사)씨가 쓴 <다르마키르티와 불교인식론>은 다르마키르티의 사상이 불교철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밝히고 그 사상의 체계를 인식론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국내 연구자가 쓴 매우 드문 다르마키르티 안내서인 셈이다.

다르마키르티가 활동하던 7세기 전반은 인도 ‘육파(여섯 학파) 철학’과 같은 비불교적 사상들이 득세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다르마키르티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체계를 세워 비불교 사상들과 대결하고 불교사상을 일신시켰다. 다르마키르티가 인도 육파의 하나인 ‘미망사’의 저명한 학자 쿠마릴라와 벌인 논쟁에 관한 이야기는 다르마키르티가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활약했는지 다소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다르마키르티는 브라만의 어떤 ‘비교’(비밀스러운 가르침)를 배우고 싶어 쿠마릴라를 찾아가 그의 노예가 됐다. 그의 근면함과 성실함에 감동한 쿠마릴라는 비교 배우는 것을 허락했는데, 공부를 마친 뒤 브라만 학자들과 논쟁해 그들을 모두 불교도로 개종시켰다. 분노한 쿠마릴라는 500명의 브라만과 함께 다르마키르티에게 도전했다. 쿠마릴라는 논쟁에서 패한 자를 죽여도 좋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다르마키르티가 논리로 쿠마릴라를 패배시켰고, 쿠마릴라는 500명의 브라만과 함께 불교에 귀의했다.

이 전설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당대 인도에서는 논쟁이 일종의 결투 같은 것이었고 이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논리학이 극도로 발달했다. 다르마키르티는 논리학의 대가였던 셈인데, 이 논리학을 구사해 그는 독자적인 불교인식론을 세웠다. 이 책은 다르마키르티 사상의 특징을 그 인식론의 ‘합리성’에서 찾는다. 종교의 가르침은 많은 경우에 신비적·초월적 인식을 강조하는데, 다르마키르티의 사상은 그런 비합리적 인식을 배격한다는 것이다. “왜 철학하면서 성스럽게 되지 못하고, 종교를 수행하면서 합리적·논리적 사유를 하지 못하는가? 왜 종교인이면서 합리적 인간을 동시에 구현할 수 없는가? 이것이 다르마키르티의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르마키르티(600~660)
다르마키르티(600~660)
지은이가 여기서 ‘합리성’이라는 말로 강조하는 것은 ‘무아’(無我) 사상이다. 다르마키르티의 사상과 인도 육파철학의 다른 점은 결정적으로 ‘무아냐 유아냐’에 있다. 이 세계의 현상 아래 불변하는 본질적 실체가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대립인 것이다. 그런 실체가 있다고 믿는 학파는 그 실체를 아트만(아·我)이라고 부른다. 불교의 가르침은 이 불변의 실체인 아트만이 없다는 것인데, 그것이 ‘무아론’이다. 다르마키르티의 가르침은 이 무아론으로 집약되는데, 여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는 불교의 선대 사상을 철저하게 자기 식으로 소화한다. 대승불교의 기초를 확립한 나가르주나(용수, 150~250년께)의 공(空)사상과 바수반두(세친, 320∼400년께)의 유식(唯識)사상을 흡수하고, 특히 바수반두의 4대 제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디그나가가 세운 불교논리학을 받아들여 방대한 불교인식론의 사유체계를 완성했다. 다르마키르티는 모두 일곱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중 디그나가 사상의 주석서인 <프라마나바르티카>는 다르마키르티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다.

다르마키르티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상(無常)이라는 존재론적 원리와 연기(緣起)라는 상대성 원리를 근간으로 한 무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무아론에 입각해 밖으로는 아트만이라는 영원한 실체를 주장하는 비불교적 학설을 격파하고, 안으로는 불교의 무아론에 내재하는 허무주의적인 사유를 극복하려고 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붓다가 가르친 3법인 곧 제행무상·제법무아·일체개고는 자칫 잘못 이해하면, 세상 모든 것이 다 헛것이고 세상사가 다 고통이라는 허무주의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바른 인식’을 통해 참된 깨달음에 이르면, 집착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다르마키르티 철학이 보여준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때 ‘바른 인식’이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인데, 다르마키르티는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올바른 수단을 ‘프라마나’라고 말한다. “이 프라마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각’이며 다른 하나는 ‘추리’다.” 지각과 추리를 통해 바른 인식, 곧 무아(無我)와 공(空)의 인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다르마키르티의 인식론이다. 이렇게 올바른 인식수단을 통해 세계의 실상을 꿰뚫어보고 그 인식을 통해 자기 자신의 본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불교인식론의 목적이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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