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바꾸다-교장공모제 학교 2년의 기록〉
학생·교사·학부모가 주체
자발적 헌신과 협력 이뤄
자발적 헌신과 협력 이뤄
〈학교를 바꾸다-교장공모제 학교 2년의 기록〉<br>김성천·박성만·이광호·이진철 지음/우리교육·1만3000원
‘학교 위기’, ‘교실 붕괴’라는 말이 등장한 지도 오래됐다. 해가 바뀔수록 학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교교육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과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교육은 미래 세대의 삶을 예비하고 결국 그 사회의 미래를 규정한다. 그런 면에서 ‘교육 위기’는 우리 사회의 ‘미래 위기’다.
<학교를 바꾸다>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새로운 학교 만들기’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말한다. ‘새로운 학교 만들기’는 학교 단위의 개혁, 학교를 통째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정부와 교육청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저항하는 것을 뛰어넘어 그 정책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이다. 나아가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공동체를 조직하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홍동중과 덕양중, 조현초 세 학교의 사례를 차례로 들며 교육혁명의 실천적 방안을 제시한다. 조현초와 홍동중은 농촌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로 학생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었고, 덕양중은 도심 인근의 낙후된 지역에 위치해 있어 경제적으로 형편이 열악한 아이들이 많이 다녔다. 모두 교육소외 지역에 위치해 있는 세 학교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새로운 교장을 공모했다. 조현초 이중현 교장, 홍동중 이정로 교장, 덕양중 김삼진 교장은 모두 내부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됐다.
세 학교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지역적 상황, 주체들의 조건 등에 따라 지향점과 과정을 ‘특성화’했다. 이 학교들은 교육과정을 지역 특성에 맞게 특성화하고 다양화하면서 학교를 변화시켜 나갔다. 조현초는 농산어촌 학교의 교육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용문산 일대 생태환경의 강점을 살린 교육과정을 만들어 간다. 홍동중은 풍부한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해 생태친화적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공부방을 운영한다. 덕양중은 독서교육과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하고 학습 능력을 신장시키려 노력했다. 대학생 멘토링, 미디어교육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와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했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일궈 낸 가장 큰 성과는 교사, 학부모,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개혁의 씨앗은 교사들의 변화에서 시작됐다. 승진 점수를 위한 교사 간 경쟁이 아닌 교사들의 자발적 헌신과 협력을 통해 이들은 학교교육의 주체로 다시 태어났다.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커졌다. 학부모들은 직접 학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학교교육의 주체로 재조직되고 자연스럽게 학교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맡게 됐다. 이 학교들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체들의 자발성과 협력, 참여와 소통을 통해 이 세 학교는 공공적 가치에 기반한 ‘배움의 공동체 학교’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기존 교육환경에서 뒤처졌던 세 학교가 이처럼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다른 학교들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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