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잠깐독서 / 〈청춘극한기〉 소개팅한 남자가 연구소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아뿔사, 그동안 ‘더럽고도 무서워서 줄기차게 사랑을 피해왔’는데, 이젠 소개팅한 남자와 밤을 보냈다는 이유로 주인공 옥택선은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가슴이 설레고 온몸에서 땀이 나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갑자기 고백하다 죽을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택선이 ‘사랑’에 빠졌다고 하지 않고, 인류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한다. 이제 그는 쫓긴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소개팅한 남자’가 소개해준 냉정한 연구원 친구뿐이다. 우연히 만난 이들은 도피행각을 함께 하며 서서히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느냐고? 택선은 그의 바이러스가 진짜 사랑인지 가짜 사랑인지 헷갈린다. 결국 병원까지 끌려간 그는, 인류가 궁금해 마지않는 치료 가능한 ‘진짜 사랑’이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확인해줄 ‘실험용 쥐’가 된다. 그를 치료해 떼돈을 벌고 싶은 병원 박사는 말한다. “우리가 사랑을 했어. 그런데 헤어져. 그래도 사랑은 우리의 영혼 어딘가에 남지 않아? 추억이나 미련이나 복수심이나 뭐 그런 다양한 감정들로 말이야. 그러다가 다시 그 사람을 만나면 또 사랑이 솟아나기도 하잖아.” 소설 <청춘극한기>는 청춘이라면 언제나 극복해야 할 사랑에 관한 물음, 그건 과학도 아니고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라는 걸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보여준다. 이지민 지음/자음과모음·1만15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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