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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묘한 비밀지대’를 통과한 진심들

등록 2010-05-21 18:29

〈진심의 탐닉-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진심의 탐닉-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진심의 탐닉-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김혜리 지음/씨네21북스·1만5000원

“사람들은 저마다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가벼운 비밀을 품고 있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사회를 대면하는 공적인 얼굴과 무덤까지 안고 갈 내밀한 의식 사이에 있는 미묘한 중간지대다.”

‘인터뷰 전문기자’ 김혜리는 사람들의 바로 그 ‘미묘한 중간지대’를 파헤친다. 비밀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발가벗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은밀한 대화의 요령이 필요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진심의 탐닉>에는 발각되기를 기다렸던 22명의 비밀이 담겨 있다.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내거나 시대의 아이콘이거나 혹은 제자리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은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연재된 ‘김혜리가 만난 사람 시즌2’ 가운데 22명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2008년 발간된 ‘김혜리가 만난 사람’ <그녀에게 말하다>에 이어 나온 두 번째 책이다.

김혜리라는 필터를 통과한 인터뷰이들의 진심은 그대로 독자들에게 가닿는다. 형식적이고 뻔한 인터뷰가 아니라 진짜 궁금한 것을 거침없이 묻고 솔직한 대답을 끌어낸다.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깨고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는 <무한도전>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근원을 보여주고, 소신 있는 연예인의 상징이 된 김제동과 김미화는 ‘예능인’이라는 본령에 충실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고 하는 뚝심을 느끼게 한다. 인터뷰 약속을 일주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맞은 정치인 유시민은 자신을 추스르기도 버거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치 철학과 삶의 소박한 원칙을 피력했다. 또 날카로운 클로징 멘트로 화제가 된 신경민 앵커는 혼돈의 시대에 언론인의 소임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수많은 인터뷰를 접하지만 실상 속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던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정우성, 김명민, 김혜자, 류승범, 방은진, 하정우, 고현정 등과 담담하고 내밀한 대화를 나눈다. 소설가 김연수, 영화평론가 정성일, 문학평론가 신형철,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김동호, 시인 김경주, 번역가 정영목, 무술감독 정두홍, 물리학자 정재승, 만화가 최규석, 음악가 장한나. 이들 모두 김혜리를 거침으로써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그들의 ‘은밀한 의식’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는 스스로를 인터뷰한 ‘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의 작은 규칙은, 그에 관해 전혀 몰랐던 독자도 인물의 실루엣을 더듬을 수 있게 하고, 그의 가장 열렬한 팬도 미처 몰랐던 면모를 하나쯤 발견하는 인터뷰가 되는 것이었다.” 인터뷰는 깊숙한 심리상담도 엄정한 취조도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침범’하지 않은 채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 요긴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제가 꼭 드려야 했는데 드리지 않은 질문이 있나요?” 지은이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질문에도 예의를 다한다. 스스로 ‘짝사랑’이라 부를 만큼 인터뷰이에 대한 모든 것을 머리와 가슴에 안고 마주앉은, 섬세하고 배려심 많은 인터뷰어에게 사람들은 기꺼이 ‘진심’을 꺼내보였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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