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공화국의 비극〉
잠깐독서 /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태평양 한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에 나우루라는 섬이 있다. 주변의 가까운 섬에서 배 타고 오는 데 나흘이나 걸리는 아득한 곳. 면적도 21㎢로 서울의 30분의 1에 지나지 않은 작은 섬이다. 에메랄드빛 파도만 넘실대는 낙원일 것 같지만, 섬에 도착한 뤽 폴리에 기자는 자본주의가 한 섬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생생히 목격한다.
나우루는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1970년대엔 집집마다 예닐곱 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었고, 일인당 국내총생산은 2만달러에 달했다. 한 주민은 그때를 회상하며 “축제가 벌어졌을 때 몇몇은 달러를 화장지로 사용했다”고 말한다. 섬에 풍부하게 매장된 인광석 때문이었다. 태평양을 건너던 새들이 싸놓은 새똥은 수천년 동안 땅에 스며들어 순도 100%에 가까운 ‘돈덩어리’가 됐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채굴량이 급격히 줄면서 비극이 찾아왔다. 일찍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여러 곳에 투자를 했지만, 이는 부패한 관료와 외부 세력에 좋은 ‘먹잇감’만 줄 뿐이었다. 장관들은 국고와 금고를 혼동했고, 투자 실패는 누구도 따지지 않았다. 결국 채굴이 끝난 뒤 나우루 공화국은 파산한다. 자원은 고갈되고 생태계는 파괴되었지만 섬에 남은 것은 없었다. 소비의 달콤함에 취해 있던 국민들에겐 당뇨만 남을 뿐이었다.
<나우루공화국의 비극>의 작은 섬 이야기는 경제적 공황과 과도한 소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거대한 지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파헤쳐진 광산 등 폐허가 된 섬 사진도 함께 실렸으면 그 충격은 더 크지 않을까. 뤽 폴리에 지음·안수연 옮김/에코리브르·9000원.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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