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2〉
‘십자군 이야기’의 김태권씨 역작
방대한 사실 자료 바탕 8년 연구
영웅 중심·설화 탈피 ‘400년’ 재해석
방대한 사실 자료 바탕 8년 연구
영웅 중심·설화 탈피 ‘400년’ 재해석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2〉
김태권 지음/비아북·각 권 1만2000원 “혹시 또 하고 싶은 작업 없어요?” 만화가 김태권씨가 <십자군 이야기>를 연재하던 시절 출판사 편집자가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글쎄요.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국 한나라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로마가 서양 역사에서 하나의 전범이라면 한나라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범이었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와 정도전은 역성혁명을 준비하면서 <한서> ‘곽광전’을 돌려 읽었다. 김종직은 단종을 죽인 수양대군과 의제를 죽인 항우를 빗대 ‘조의제문’을 썼고, 이 글 때문에 연산군 때 무오사화가 일어났다. 오늘도 우리는 한나라와 초나라가 싸우는 장기를 두고,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야박하게 버린다는 ‘토사구팽’을 이야기한다. 동아시아 문화에서 항우와 유방은 2000년 동안 무수히 살아났다 죽었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평민 출신도 황제가 된다는 ‘출세기’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처럼 항우와 유방의 <초한지>나 유비와 제갈량이 나오는 <삼국지>는 알아도 초한 쟁패기를 지나 삼국시대까지 이르는 세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 제국 400년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 대하 역사만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는 이런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지은이는 이를 위해 8년 동안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 등 중국 정사와 삼국지연의, 초한지연의 등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 중국의 복식과 병기 등의 생활사 자료를 연구했다. 방대한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한나라 역사를 탄탄하게 고증하고 재해석한다. 새로운 역사관과 세계관으로 접근한 이 책은 한나라 역사를 넘어 동아시아 문명의 형성이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영웅 중심 사관에서 벗어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인다. 진나라 말기 초나라와 한나라가 다투는 과정에서는 진나라에 반기를 든 진승과 오광에서부터 들불처럼 일어난 민초들의 마음에 응어리진 분노와 각성을 잘 보여준다. 또 민담과 설화를 한꺼풀 벗겨내고 보편적인 삶을 중심으로 다뤄 현실성을 부여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비판한 만화 <십자군 이야기>, 유럽의 르네상스 미술을 촘촘히 들여다본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등을 출간한 지은이가 풀어가는 이야기는 발랄하고 재치가 넘친다.
동아시아 국가의 모델 ‘한나라’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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