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빈곤〉
잠깐독서 / 〈새로운 빈곤〉 지그문트 바우만은 산문적 현실을 시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회학자다. 이런 그의 면모는 익히 알려진 ‘바우만식 방언’들, 예컨대 현대의 비참과 불확실성을 고발하기 위해 조탁해낸 ‘쓰레기’나 ‘액체 근대’ 같은 말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새로운 빈곤>은 1998년 처음 출간된 뒤 2005년 개정판을 낸 바우만의 <노동, 소비주의 그리고 신빈곤>을 번역한 책이다. 책이 고발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완강한 ‘배제 시스템’이다. 바우만이 볼 때 오늘날의 빈곤층은 ‘산업예비군’ 기능을 떠맡았던 과거의 빈곤층과 완전히 다른 운명에 처해 있다. ‘쓸모’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인데, 이는 오늘날의 경제가 노동력을 줄이면서 생산량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으로 변모한 데서 연유한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층을 미래의 노동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비용을 들일 이유란 없다. 그들은 이제 ‘실업자’가 아니라 ‘비소비자’이며, 사회의 ‘절대적인 채무’이자 ‘블랙홀’이다. 따라서 그들은 ‘소비자 사회’의 내부인들이 활보하는 거리와 공공장소에서 사라져야 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들은 “방종하고 범죄를 일삼는” 일탈적 존재들로 그려지는데, 이에 따라 빈곤의 문제는 치안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우만은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대체 우리가 목매는 경제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목표를 지닌 성장인가. 효율성은 또 무엇을 얻기 위한 효율성인가?” 이수영 옮김/천지인·1만7000원.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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