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예수〉
잠깐독서 / 〈역사의 예수〉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 예수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가 답했다. 신앙 고백으로 그리스도교가 잉태되는 순간이다. 이때 그리스도는 메시아, 곧 구세주다. 그러나 예수는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당부한 뒤, 자신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예고했다. 예수는 펄쩍 뛰는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고 꾸짖기까지 했다. 신학자 송기득씨가 쓴 <역사의 예수>는 다시 한번 “그는 누구이며, 우리에게 무엇인가?”(부제)라고 묻는 책이다. 예수가 누구인지 묻는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실천에 대한 근본 질문이다. “예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그를 그리스도라고 증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은이는 신앙 고백의 대상인 삼위일체 예수가 아닌, 2000여년 전 팔레스타인 땅을 밟고 다니며 민중과 호흡했던 역사 속 예수를 부활시킨다. 공관복음, 어록, 전승기록 등 수많은 자료들을 뒤졌다. 그리고 예수에게 돌아가자고 호소한다. 이때 ‘돌아감’은 회귀나 재현이 아니라, 예수가 지향했던 인간화운동을 오늘답게 펼치는 것이다. ‘신앙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마저 넘어 민중에게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바로 ‘다중메시아론’이다. 한때 반독재운동에 참여했으나 ‘수구꼴통’이란 비아냥까지 듣는 기득권층 실력자로 변신한 기독교인이 걸핏하면 못마땅한 사람들에게 ‘좌파’ 딱지를 날려 구설에 올랐다. 그가 다닌다는 성당의 신부는 “그의 영혼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신도들과 함께 반성과 참회의 기도를 했다”고 한다. /대한기독교서회·1만9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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