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경제학〉
〈불평등의 경제학〉 공자는 말했다. “모자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고. 불평등의 문제를 거론한 이 잠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던 시대’나 ‘하늘 아래 세계화의 충격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시대’의 걱정거리가 별반 다르지 않음은 역설적이다. 오히려 그 골은 더 깊고 넓어 보인다. 그 이유가 뭘까? 저자는 “우리가 오랜 세월 성장에만 관심을 쏟고 분배문제를 도외시해 온 대가”라고 말한다. 어디가 끝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달려온 성장지상주의의 그늘인 셈이다. 이 책은 경제적 불평등, 즉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관한 개론서다. 하지만 여느 이론서처럼 숫자의 해석에만 매몰되진 않는다. 이를테면 통계연구는 갈수록 소득 불균형이 완화되는 것처럼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한국 사회에 고유한 외향적 공업화 전략, 급격한 이농, 재벌의 파행적인 부의 축적과 세습과 같은 사회·문화 현상 속에서 찾는다. 또 빈곤층의 경우 노동의욕이 낮고, 범죄발생률이 높다는 식의 낙인도 사실과 다름을 지적한다. 영미와 달리 한국은 빈곤층의 근로의욕이 높고, 문제는 일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할 기회가 없으며,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짚어내는 식이다. 다소 난해하지만 주제마다 철학·역사·현실적 배경을 소개하고 정책 대안까지 논의하고 있어 깊이와 재미를 함께 갖췄다. 이정우 지음/후마니타스·2만3000원.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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