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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니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알아?

등록 2010-03-05 18:58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안병길 지음 / 동녘·14000원

‘엉터리’ 자유민주주의가 판치고 있다.

학교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정당의 정강도 ‘엉터리’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공동사회이기보다는 이익사회에 가까운 정당이 의미가 불분명한 ‘공동체’를 강조한다. 누리꾼들은 욕설, 인신공격, 명예훼손을 일삼으면서 자유라고 떠벌린다. 최근에는 법원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 판결이 났다. 보수우익 단체는 법원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했다’며 극렬하게 항의했다. 또 촛불시위나 각종 반정부 시위가 열릴 때마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정통성’을 들먹이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과연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이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엉터리’며 자유민주주의의 탈을 쓴 권위주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0여년간 대학 강단에서 정치학을 강의해온 안병길씨는 이 책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유민주주의’에 씌워놓은 권위주의의 가면을 벗겨낸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와 평등의 권리, 그리고 민주성이 충만해야 하고, 시민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수단으로 ‘엉터리’ 자유민주주의를 활용했다. 이들은 반공만이 자유주의라고 강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다르면 상대방을 일종의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공은 선’이고 ‘공산주의는 악’이라는 식이다. 정치학에서는 이같은 시각을 권위주의적이라고 한다. 따라서 반공만 자유주의라고 고집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시각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설명과 주장 대부분이 세 곳의 인터넷 동호회나 게시판에서 나왔다. 지은이는 자유와 민주를 설명하면서 인터넷사회를 예로 든다.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하는 누리꾼 ‘우석’과 ‘도준’은 합리적이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도덕적이고 사전적 정의가 아닌 이기적 개인주의자들을 뜻한다. 이들을 각각 욕쟁이와 범생이로 가정한다. 이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자유와 방종, 자유와 자유가 ‘박치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유와 자유가 박치기 하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자유와 방종이 박치기하는 상황에서는 저항이라는 핵심 원리를 끄집어 낸다.

현실도 인터넷사회와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 쇠고기 협상이 왜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조목조목 짚는다. 단순과반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제도도 결선투표제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또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방법도 제시한다.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부족하면, 국가나 일부 시민의 방종이 자유의 가면을 쓰고 함부로 날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훼손되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겪는다. 지은이는 약자가 강자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자유민주주의’ 안에 있다고 말한다. 강자가 권위주의로 사회적 약자를 짓누르는 후퇴한 민주주의 시대. 가정, 직장, 사회, 정치의 영역에서 약자가 어떻게 강자를 이길 수 있는지 ‘자유민주주의’가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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