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레인〉
잠깐독서 / 〈빅 브레인〉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다른 동물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지능 덕분이다. 인간의 뇌는 모든 동물 종 가운데 몸집에 비해 가장 크다.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적으로 98.4%가 똑같지만, 신체에서 뇌가 차지하는 용량은 침팬지의 3배나 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와 뇌과학자가 함께 쓴 <빅 브레인>은 제목 그대로 ‘큰 뇌’와 지능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뇌의 신비를 한꺼풀 더 벗겨보려는 책이다.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라는 부제는 지은이들의 의도를 좀더 명확히 드러낸다. 뇌는 인간의 신체 기관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기관이다. 뇌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2배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다른 세포들과 달리 대체되거나 재생되지도 않는다. “생명체가 비용이 많이 드는 조직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향에서 보면, 인간의 뇌가 지금처럼 커진 것은 불가사의”다. 지금까지는, 영장목이 진화 과정에서 일부러 큰 뇌를 채택했다는 게 통설이다. 뇌가 커진 덕분에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행동이 발달했다는 ‘진화의 선택압’ 가설이다. 그러나 지은이들은, 인간의 뇌가 특정 행동에 대한 욕구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우연한 생물학적 이유’로 커졌으며, 커진 뇌에서 뜻밖의 효용이 발견되자 비용 증가를 무릅쓰고 큰 뇌가 선택됐다고 주장한다. 뇌의 탄생과 진화, 뇌의 구조와 특성, 뇌 기능의 작동 방식, 마음의 경로, 뇌와 컴퓨터의 비교, 신경과학과 인공지능, 뇌 과학의 미래까지를 넘나드는 ‘뇌의 신비’ 탐험은, 어렵지만 거부하기 힘든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리 린치·리처드 그레이 지음, 문희경 옮김/21세기북스·1만5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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