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사 상·하〉
잠깐독서 〈중국신화사 상·하〉 중국의 신화학자 위안커(1916~2001)는 신화가 인류의 문명적 각성과 더불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변형되고 다시 쓰여지면서 인류와 함께 영속한다. 그 근거로 위안커는 오늘날 중국 민간에 내려오는 고대 신화들 대부분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의 원형에서 상당 부분 변형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요컨대 그에게 신화의 전승은 신화의 변형과 재탄생의 과정이다. <중국신화사 상·하>는 위안커의 반세기 신화 연구의 공력이 온축된 역작으로 <중국신화전설> <중국신화대사전>과 함께 그의 ‘중국신화 3부작’으로 꼽히는 책이다. 원형적 삶이 담긴 상고시대의 신화전설에서 명·청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사의 주류인 한족은 물론 56개 소수민족의 민담과 전설까지 망라했는데, <중국신화전설>이 이야기책 성격이 강하고 <중국신화대사전>이 ‘1차 도구서’의 성격이 강하다면 이 책은 학술적 성격과 원전 자료로서의 가치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위안커 자신은 “세계 어느 나라와 민족에도 뒤지지 않는 중국신화의 풍부함과 웅장함을 보여주고 싶은 간절함”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런데 신화의 전승이 변형과 재창조의 과정이라면 대체 어디까지가 신화이고 어디부터는 신화가 아닌가. 그 기준을 위안커는 △주도적 사유(물아일체) △표현 형식(변화·신력과 주술) △사람과 신 △해석 기능 △현실에 대한 혁명적 태도 △시공간적 요소 △영향력을 꼽는다. 김선자·이유진·홍윤희 옮김/웅진지식하우스·각 권 3만2000원.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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