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와 백혈병-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잠깐독서 / 〈삼성반도체와 백혈병-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노동자였던 황유미씨. 그에게 삼성 입사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입사한 지 2년이 채 안돼서 몸에 멍이 자주 들고, 먹으면 토했다. 또 매우 피로하고 어지러웠다.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던 그는 입사한 지 4년여 만에 숨졌다. ‘청정산업’이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책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5명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자 건강권이 짓밟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한 험난한 과정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백혈병 발병 노동자는 18명이 넘는다. 그 외 각종 암과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더욱 많다. 공장에서 제대로 된 보호 장비도 없이 유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다룬 결과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질병 발병률이 높은 산업이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백혈병과 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화학물질의 종류와 사용처를 아직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노동자보다는 삼성 편이었다. 결국 산재 신청을 한 5명 전원에게 산재 불승인 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지금도 5명의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는 단체인 ‘반올림’과 함께 산재 승인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치는 삼성.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그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다. 박일환·반올림 지음/삶이보이는창·7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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