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적인 것’과 구별되는 ‘강북적인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윤지관 교수는 서울의 중심과 바깥을 맺어주는 경계지대로서, 강북이 간직한 마을적·도시적 요소의 혼종성은 그 자체로 대도시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시험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평가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역문화와 인문학…’ 심포지엄
자본의 논리에 완전 승복 않아
새로운 상상 펼칠 수 있는 토대
자본의 논리에 완전 승복 않아
새로운 상상 펼칠 수 있는 토대
한강이 가른 것은 단지 서울이란 공간의 남과 북이 아니었다. 돌진적 근대화의 시간을 통과하며, 강은 우리의 의식 안에 중층화된 적대의 단층선을 그려놓았다. 강은 때로 정치적 구획선이자 문화의 경계선이었고, 드물게는 계급의 대치선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립적 공간 이미지는 다분히 ‘상상된’ 것이었다. 현실의 서울에서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보수성, 문화적 구별짓기 욕망 등으로 표상되는 ‘강남성’은, 규모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강의 남·북쪽 모두에서 관철되는 경향적 특성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북적인 것’은 오직 ‘강남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부정적 방식으로 정의되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강한 공간적 균질화(강남화)의 압력에 맞서 강북이 지켜야 할 차이와 독특성이 무엇인지를 준별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11일 덕성여대 인문과학연구소가 ‘지역문화와 인문학-강북지역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교내 대강의동에서 개최하는 지역문화 심포지엄은 하나의 문화 공동체로서 강북이 갖는 지역적 특성을 규명하고, 그 안에서 대안적 도시문화의 가능성을 탐문하는 자리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학·사진)가 주목하는 것은 강북이 갖는 ‘경계지대’로서의 특성이다. 이때의 ‘강북’은 한강 이북의 서울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칭되는 지역 범주로 흔히 ‘강북3구’(강북·노원·도봉구)로 구획되곤 하는 서울의 동북지역에 한정된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학)
이날 행사에는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글이 적지 않다. 이은애 덕성여대 교수(국문학)는 강남·강북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져 유통되며, 그것이 대중의 공간인식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지역신문에 나타난 공간 담론을 통해 규명하고,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는 강북의 지역 정체성이 지역 주민운동에 어떤 형태로 구현돼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