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사유의 정치학〉
‘철학의 외부’ 이진경 교수 집필
‘외부’ 범주로 현대 사상 흐름 개괄
“본성은 관계에 의해 달라진다”
‘외부’ 범주로 현대 사상 흐름 개괄
“본성은 관계에 의해 달라진다”
〈외부, 사유의 정치학〉
이진경 지음/그린비·1만6900원 <외부, 사유의 정치학>은 ‘외부’라는 사유 범주를 통해 현대의 사상 흐름을 개괄한 책이다. 애초 인문사회과학의 핵심 용어를 풀어서 소개하는 ‘개념어 총서’로 기획됐으나, 개설서 수준을 뛰어넘는 녹록잖은 난이도 탓에 편집 과정에서 단행본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7년 전 <철학의 외부>라는 책에서 ‘외부의 사유’라는 낯선 사유 방식을 선보였던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체류중인 일본에서 썼다. 유념해야 할 점은 글쓴이가 말하는 ‘외부의 사유’는 ‘외부에 대한’ 사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외부에 의한’ 사유로, 어떤 대상이 갖는 성질은 ‘뜻하지 않았고, 뜻대로 되지도 않는’ 외부와의 우연적 만남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이런 외부의 사유는 글쓴이가 볼 때 서양 철학사에서도 주변적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전통적으로 철학은 확실한 것, 항상적인 것, 초월적인 것을 추구하는 ‘내부성의 사유’를 특징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이 점은 확고한 진리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외부 세계에 대한 경험적 인식을 포기했던 데카르트나, 진리 인식의 근거를 인간의 선험적 사유 형식에서 찾았던 칸트, 세계는 정신이 외화된 것이라 선언함으로써 외부 자체를 제거해 버린 헤겔에게서 두드러진다. 글쓴이가 볼 때 이런 내부성의 철학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19세기 유물론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이다. 유물론이 ‘물질’이란 개념을 통해 정신이나 의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외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면, 하이데거는 친숙한 세계에 길들여진 ‘세계-내-존재’로서의 인간이 ‘불안’이라는 외부와의 만남을 통해 존재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외부의 틈입이 갖는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얘기다. 이후 외부의 사유는 두 개의 경로를 따라 진행되는데, 하나가 소박한 실재론적 유물론에서 역사적 유물론으로 나아가는 흐름이라면, 다른 하나는 하이데거에서 레비나스, 블랑쇼를 거쳐 푸코, 들뢰즈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마르크스, 하이데거, 블랑쇼, 푸코, 들뢰즈(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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