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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 사회 방부제…그 이름은 ‘No 맨’

등록 2009-11-06 21:06수정 2009-11-06 21:10

‘벌거벗은 임금님’의 신하들처럼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들의 판단을 따른다.  후마니타스 제공
‘벌거벗은 임금님’의 신하들처럼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들의 판단을 따른다. 후마니타스 제공
다수의 폭력 낳는 ‘집단사고’ 고발
편견·통념 뒤집는 이견의 건강성
사회 지키는 ‘딴지’의 중요성 강조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박지우·송호창 옮김, 후마니타스·1만5000원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누군가 거리 한복판에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세 명이 모여 허공을 바라보자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허공을 바라보았다.

동조 현상이다. 이런 인간 행동 대부분은 정보와 평판에 따른 사회적 압력의 산물이다. 다른 사람들의 행위와 진술을 통해 전달된 정보와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보편적 열망 때문이다.

동조는 재판과 같은 사회적 현상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덜 보수적인 판사가 보수적인 두 명의 판사와 함께 판결을 내린다면 그 판사가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은 강화된다.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동조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해 이견을 내지 못하게 한다. 사회적 압력은 개인과 조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은폐, 히틀러에 대한 네빌 체임벌린의 유화정책,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챌린저호를 발사하겠다는 나사(NASA)의 결정, 1941년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등은 모두 이런 ‘집단사고’의 결과다.

동조가 유행처럼 번지면 사회적 쏠림이 일어나고, 더 심해지면 집단 편향성으로 나타난다. 이는 일정한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과장된 사회적 공포, 극단적 견해의 대립, 공황 등을 부른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동조 현상의 피해를 지적하고, 이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은이는 “집단 영향과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유해한 효과를 잘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 준다”고 주장한다. 집단 간 다툼, 극단주의, 테러, 전쟁, 기업의 실패와 성공, 언론 자유의 중요성과 핵심적 본질, 결사의 자유가 가진 장점과 단점, 법에 대한 순응과 불응, 여론과 헌법 해석 사이의 긴장 관계, 고등교육에서의 적극적 시정 조처를 둘러싼 논란 같은 사례들을 들고 이견의 중요성을 말한다.



우리 사회 방부제…그 이름은 ‘No 맨’
우리 사회 방부제…그 이름은 ‘No 맨’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벌거벗은 임금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기만적인 동조 현상은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쉽게 물리칠 수 없다. 지은이는 “이런 부정의, 억압, 집단폭력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선량한 사람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만약 누군가가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집단적 합의에 내포된 모순점들을 밝히고자 한다면 그들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직장을 잃거나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견 없는 사회, 갈등 없는 조직은 없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통념에 자극을 주는 것이 이견이다. 이견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이견을 억압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낳는다. 억압은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강도질’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다. 만약 이견이 옳다면 억압은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견이 잘못된 정보라 하더라도, 그 이견을 억압하는 것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켜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직이나 국가가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려면 이견을 환영하고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 사회가 잘 작동하려면 구성원들이 무조건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좀더 활발하게 이견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의 의견이 사회의 지배적인 의견과 달라도 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미국 오바마 정부 규제정보국에서 일하고 있는 지은이는 “잘 작동되는 사회는 이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와 제도를 갖춰 동조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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