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 이끈 세계적 지성
사회 심층의 대립구조 밝혀
사회 심층의 대립구조 밝혀
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사진)가 지난달 30일 숨졌다고 프랑스 학술원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3일 밝혔다. 향년 100.
구체적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에프페(AFP) 통신은 측근의 말을 인용해 “2년 전 엉치뼈 골절상을 당한 뒤 줄곧 심각한 피로 증세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묻힌 곳은 레비스트로스의 집이 있는 부르고뉴의 리뉴롤 마을로, 유족들은 사생활 보호와 언론들의 취재 경쟁을 피해 장례식을 마친 뒤 사망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결혼 규칙·요리 체계 같은 사회문화적 현상의 심층에는 ‘구운 것과 끓인 것’ ‘손님과 친족’ 같은 이원적 대립구조가 자리잡고 있음을 밝혀낸 레비스트로스는 언어학의 로만 야콥슨, 정신분석학의 자크 라캉과 함께 구조주의 시대를 열어 젖힌 20세기 지성계의 거목으로 꼽힌다. 인간의 의식이나 사회제도가 생물학이나 개인 심리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차이의 관계망’ 속에서 구성된다는 구조주의의 발견에 대해 20세기 지성사는 “데카르트 이래 인류가 자부해온 주체의 존엄성을 영원히 사라지게 만든”(미셸 푸코) 혁명적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대표작은 <슬픈 열대>(1955)와 <구조인류학>(1958) <야생의 사고>(1962) 등이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1908년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유대계 프랑스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대에서 철학과 법률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로 재직했다. 1935년 상파울루대 사회학 교수로 초빙돼 원주민 사회를 연구했고, 이후 프랑스로 돌아와 파리대 민족학 연구소장과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지냈다. 1981년 10월에는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해 20일 가까이 머물며 경주와 통도사 등을 둘러본 뒤 돌아가기도 했다.
1982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퇴임하고 1993년 <보기 듣기 읽기>라는 비평집을 낸 뒤엔 대외활동을 중단한 채 파리의 자택에서 칩거해왔다.
그의 죽음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칠 줄 모르는 휴머니스트였고, 항상 새로운 지식을 탐구했던 호기심 많은 연구자였으며, 어떤 분파주의로부터도 자유로운 인간이었다”며 존경을 표시했다. 레비스트로스는 3번 결혼해 2명의 아들을 뒀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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