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1·2〉
〈사우스 브로드 1·2〉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도시를 자전거 한 대가 애슐리강을 따라 뻗어 있는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삐걱대며 구르는 바퀴 소리에 잠을 깬 태양이 어둠을 조금씩 집어삼킨다. 햇살이 도로와 건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콜로니얼 호수를 빛나게 할 때쯤이면 찰스턴 북동쪽 길모퉁이를 돌아 유월의 아침을 맞는다. 신문 배달을 하고 있는 레오. 몇 년 전 2살 위 형이 동맥이 절단된 채 욕조에서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발작을 일으켰다. 욕실 바닥 위에는 아버지의 면도칼이 놓여 있었다. 차분하고 평범했던 레오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그날 밤 이후 그는 정신병원을 오가며 십대 초반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열여섯 살이던 2년 전에는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팻 콘로이의 소설 <사우스 브로드>는 인종과 계층을 뛰어넘는 친구 열 명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욕망, 계급적 편견, 인종차별, 종교의 진실 그리고 찰스턴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형상과 의미를 절묘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레오는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명문가 출신인 채드워스와 몰리, 프레이저, 산골에서 온 고아 남매 스탈라와 나일즈, 정신이상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알코올중독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쌍둥이 남매 시바와 트레버, 흑인 풋볼 감독의 아들 아이크 등과 친구가 된다.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불어닥친 허리케인으로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큰 반전을 일으킨다. 인간에 대한 진한 열정이 그들의 삶을 감싸안고 애슐리강을 따라 조용히 흐른다. 안진환·황혜숙 옮김/생각의나무·각 권 1만35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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