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100선〉
〈실패 100선〉
나카오 마사유키 지음, 김상국·조덕래·박윤호·강신규 옮김/ 21세기북스·3만원 “나, 그 사람과 헤어졌어.” 이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왜 그랬어?” 호기심에 묻는다. 그 내용을 들어보니 다른 사람 얘기와 비슷한 데가 많다. “누구누구도 그렇게 헤어졌어”라고 위로한다.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이든 사업이든 공부든 어떤 일에서 실패를 겪는다. 내용을 들어보면 유형이 비슷하다. 부모는 도로에 뛰어드는 아이에게 ‘도로에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준다. 사장은 ‘지금은 그때의 경기 전환점과 비슷하다’고 직원에게 경고한다. 그들도 동일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동일한’, ‘그때와 비슷한’ 실패를 나열하면 유형별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타이태닉호 침몰,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삼풍백화점 붕괴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은 기억이 있는 대형 사고다. ‘실패 판례’라 할 수 있는 <실패 100선>은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178건의 사건·사고를 41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실패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1912년 첫 항해에 나섰던 타이태닉호는 빙산에 부딛혀 침몰했다. 그 원인은 리벳이 빠져버린 데 있었다. 리벳은 강철판을 서로 결합시키는 막대 모양으로 생긴 대형 ‘못’이다. 리벳이 빠지자 강판이 떨어져 나가 그 사이로 물이 들어왔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517명이 목숨을 잃었다. 1983년 9월1일 밤1시.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앵커리지에서 이륙했다. 당시 소련 영공인 사할린 상공에 진입해 소련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을 맞고 격추됐다.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사망했다. 기장이 이륙후 기수방위를 잘못 설정하고, 방위만을 지정하는 자동조종 기능인 헤딩모드로 비행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자동조종장치의 항법모드 스위치도 제 위치에 돌려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목적지까지 여객기를 자동으로 유도하는 관성항법장치 모드로 전환되지 않고 정상궤도를 벗어났다. 대형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보통은 비슷한 작은 실수가 가끔 발생한다. 그것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연쇄반응이 일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그 원인의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연쇄반응이 일어난 출발이 너무나 사소한 일이라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버린 데 있다. 지은이는 기계 엔지니어와 관련된 사례들을 수집해 분류했지만, 이와 비슷한 실패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반복된다. 학생이 복도에서 굴러다니던 주스 캔을 밟아 미끄러져 넘어진 사고와 2000년에 일어난 콩코드 여객기 추락 사고는 서로 닮았다. 넘어진 학생처럼 활주로에 있던 금속 조각 위를 지나가다 바퀴가 파열돼 불이나 113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당했다. ‘떨어진 물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은 상위개념에서 보면 ‘닮은꼴’이다. 우리가 알면서도 동일한 사건이나 사고를 되풀이하는 것은 공식적인 기록과 자료가 없고 분석과 정리가 전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실패 판례’를 만들어 실패 유형들을 알고 있으면 실패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높아진다. 지은이는 “실패를 똑바로 쳐다보고 실패로부터 지식을 쌓으면 미래의 실패는 반드시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면 실패는 살아 있는 ‘지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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