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요괴전-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생태페다고지-탈토건 시대를 여는 생태교육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1만1000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1만2000원
4 아주 ‘독한 놈’들이 21세기에 살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밤이나 으슥한 곳에 주로 나타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생활한다. ‘놈’들은 사람을 착취하거나 죽이기도 해 사람들이 몹시 두려워한다. 드라큘라, 좀비 따위가 ‘신자유주의 요괴’로 변신했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씨가 생태경제학 시리즈 1, 2권 <생태요괴전>과 <생태페다고지>, ‘88만원 세대를 위한 운동론’이라 할 수 있는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동시에 출간했다.
<생태요괴전>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우리 삶을 결정하는 ‘구조’를 설명하는 상징이다. 다양한 요괴들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의 속성을 파헤친다. 대표적인 요괴가 드라큘라와 좀비다. 이들은 각각 사장과 노동자,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는 드라큘라의 속성은 자본가를 닮았다. 죽어서도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가련한 좀비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거대 소비자 집단이 가진 이중성을 나타낸다. 좀비들이 지갑을 열어 소비하는 것은 드라큘라에게 피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드라큘라는 소비 욕망만이 남아 있는 좀비를 계속해서 노동하게 만들면서 영생을 추구한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개발요괴’도 있다. 아파트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돈을 생각하면 황홀해지고, 경쟁을 해야 푸근함을 느낀다. 이런 요괴들을 물리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가 퇴마술의 핵심이다. 과시욕이나 욕망대로 살아가는 삶이 ‘넓게 살기’라면, 이를 이기고 살아가는 게 ‘좁게 살기’다. 좁게 살기는 아주 ‘넓은 생각’이 전제돼야 한다.
요괴들을 퇴치하려면 땅, 아파트, 큰 차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생태페다고지>에서는 ‘토건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 열쇠로 생태교육을 제시한다. 고교 서열화, 일제고사, 자사고 등 경쟁과 효율 이데올로기만을 부르짖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생태감수성, 생태지혜, 생태용기를 강조한다.
‘88만원 세대’들이 구조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공포심’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20대들을 ‘88만원 구조’ 속에 가두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까닭을 짚어보고 이를 헤쳐갈 ‘운동론’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20대들이 신자유주의 공포에 한마디로 ‘쫄아 있다’고 본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시민단체를 만들고, 정당에 들어가 20대를 위한 정치를 하자고 제안한다. 10대와 20대의 연대와 ‘영등포 편의점 알바 노조’ 등 노조 만들기도 권한다. 그래서 견고한 신자유주의에 ‘구멍’을 내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20대들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방살이’를 하며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옆방 문을 똑똑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를 벗어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지난 시대 학생운동권이 ‘비장한 혁명’을 말했다면, 이젠 20대들의 ‘명랑한 혁명’을 꿈꿔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시민단체를 만들고, 정당에 들어가 20대를 위한 정치를 하자고 제안한다. 10대와 20대의 연대와 ‘영등포 편의점 알바 노조’ 등 노조 만들기도 권한다. 그래서 견고한 신자유주의에 ‘구멍’을 내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20대들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방살이’를 하며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옆방 문을 똑똑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를 벗어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지난 시대 학생운동권이 ‘비장한 혁명’을 말했다면, 이젠 20대들의 ‘명랑한 혁명’을 꿈꿔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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