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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북극곰이 익사하는 온난화 현장

등록 2009-09-11 18:42수정 2009-09-11 18:50

북극곰이 익사하는 온난화 현장
북극곰이 익사하는 온난화 현장




〈북극곰은 걷고 싶다〉
남종영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북극곰은 걷고 싶다>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주인공은 비단 북극곰 하나 만이 아니다. 남종영 <한겨레> 기자가 쓴 이 책은 극지대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와 그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 지구상의 인간 하나하나에 관한 이야기다.

캐나다 허드슨만의 항구도시 처칠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18세기 모피 무역의 전성시대에 개척된 이 작은 해변도시는 최근 북극해 주변부의 해빙으로 시베리아와 연결되는 직항로가 뚫리면서 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처칠을 세계적 명소로 만든 것은 따로 있다. 야생의 북극곰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 처칠이 ‘북극곰의 수도’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북극곰을 보러 간 그곳에서 북극곰 만나기가 가뭄에 난 콩 구경만큼이나 어렵다. 급격히 줄어든 개체 수 때문인데,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15년 새 한 달이나 줄어든 북극해의 결빙 기간과 관련이 있다.

“북극곰은 바다얼음 위에서 물범이나 바다사자를 사냥한다. 바다얼음이 줄어들면, 얼음과 얼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다. 북극곰이 쉽게 지치고 익사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폴라베어인터내셔널은 현재의 온난화 속도라면 2050년께 허드슨만의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구는 더워지고, 바다얼음은 줄어들고, 북극곰은 멸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사정은 대륙의 건너편 알래스카의 북극곰들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북극곰이 동족을 포식하는 충격적 사례까지 보고됐다. 북극곰 연구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술인데, 역시 줄어드는 얼음 탓에 먹이 사냥이 힘들어져 빚어진 참극으로 추정될 뿐이다.


〈북극곰은 걷고 싶다〉
〈북극곰은 걷고 싶다〉
북미의 극지방에서 시작된 여정은 적도의 소국 투발루와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의 킹조지섬으로 이어진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사실을 단순화하거나 부풀리지 않는 책의 미덕 또한 드러나는데,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험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글쓴이는 고발 저널리즘에서 용인되곤 하는 약간의 과장과 단순화조차 저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 당신 집이 잠긴다”는 언설로 대표되는 선정적인 ‘온난화 저널리즘’이야말로 현실에 대한 바른 이해와 대응을 막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투발루의 침수 위기를 논하면서도 글쓴이는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만을 부각하지 않는다. 태평양 전쟁 당시 섬에 진주한 미군이 활주로 건설에 필요한 성토(盛土)용 모래를 확보하려고 섬 곳곳을 파헤친 것이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사실 역시 빠뜨리지 않는다. 또 바다얼음 감소가 얼음바닥에 붙어 자라는 빙조류와 이것을 주식으로 삼는 크릴의 감소를 불러 남극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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