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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탈민족주의 확산 본격 제동 나섰다

등록 2009-08-27 20:58수정 2009-08-27 20:59

창비, 탈민족주의 확산 본격 제동 나섰다
창비, 탈민족주의 확산 본격 제동 나섰다
가을호에 앤더슨 저작 강도높게 비판한 글 게재
“상상의 공동체, 신자유주의·학문우경화에 일조”
창비 진영이 탈민족주의 담론의 원류 격인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론’을 정조준했다. 지난주 출간된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서다. <창작과 비평>은 1990년대 말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탈민족주의 담론에 대해 특집·논단 등의 꼭지를 통해 그 ‘현실적 공허함’을 이따금 지적하긴 했지만, 앤더슨의 저작을 겨냥해 직접 비판을 가하기는 처음이다.

창비의 달라진 행보 뒤에는 남북관계가 위기에 봉착하고 시장근본주의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탈민족 담론의 확산을 방치할 경우 자칫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이나 국가를 매개로 한 공공적 실천의 중요성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이런 창비의 문제의식은 ‘상상의 공동체론’을 논박하기 위해 게재한 라디카 데사이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의 글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데사이 교수의 비판은 민족주의를 ‘문화적 구성물’로 보는 앤더슨의 시각과 그 안에 내장된 ‘유럽중심주의’에 맞춰져 있다. 민족주의의 내용은 “해당 사회의 경제적·정치적 과제들이 요구하는 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실재임에도 앤더슨은 그것을 오직 문화적인 조성물로 간주할 뿐 아니라, 제3세계 민족주의를 아메리카와 유럽의 선행 모델에 대한 ‘표절’의 산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한층 견고한 유럽중심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앤더슨의 민족주의 연구에 담긴 성과를 데사이 교수 역시 긍정한다. 민족주의의 기원을 19세기 중반의 유럽이 아닌, 18세기 후반 미국의 탈식민화 과정에서 찾음으로써 “민족주의를 언어나 종족 또는 다른 원초적 요인들에 의존해 설명하는 오랜 설명방식”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사이 교수가 볼 때 상상의 공동체론이 거둔 ‘성공’은 학술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것이다.


창비, 탈민족주의 확산 본격 제동 나섰다
창비, 탈민족주의 확산 본격 제동 나섰다
요컨대 <상상의 공동체>는 신자유주의가 제3세계를 경제적으로 재식민화하는 상황에서 “학문을 탈정치화하고 민족주의를 가당찮은 문화적 박식의 일부로 만듦으로써 학문의 우경화에 일조”하고 “진보정치가 민족문제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에 반격할 필요가 절실해지는 중요한 시점에 민족주의 연구를 유럽중심적인 것으로 만들고 제3세계의 민족주의를 서구의 구성물로 규정해 그 정통성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데사이 교수는 <상상의 공동체>가 거둔 인기의 일부는 “신자유주의와 그것의 파생물인 ‘지구화’의 소산이었다”고까지 말한다.

이런 데사이 교수의 말은 창비가 앤더슨에 대한 비판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신자유주의와의 ‘결과론적 공모’ 혐의를 추궁함으로써 탈민족주의 담론의 확산에 확실한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데사이 교수의 글을 발굴해 게재를 추천한 사람이 편집인 백낙청 교수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염종선 <창작과 비평> 편집장은 26일 “지난 3월 <아시아-퍼시픽 저널: 저팬 포커스>라는 해외 잡지에 실린 글을 백 교수가 발견해 번역게재를 추천했다”며 “편집위원들도 이 글이 탈민족주의 담론의 편향된 부분에 대한 교정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데사이 교수의 원문은 창비 영문판 누리집(www.changbi.com/english)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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