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전직 편집자가 쓴 ‘출판 길라잡이’

등록 2009-08-21 19:47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지음/휴머니스트·1만7000원

<편집자란 무엇인가>에는 저자 발굴과 원고 편집 같은 편집자의 기본 업무에서 기획안 작성, 출판 계약, 제목·표지 만들기, 본문 구성, 홍보, 도서목록 개발에 이르는, 편집자들이 숙지해야 할 실무 정보들이 가득하다. 새길, 푸른숲 편집주간을 지낸 뒤 2001년 도서출판 휴머니스트를 창업해 운영해온 김학원씨가 썼다. 600여종의 책을 만들며 기록한 편집일기와 출판기획 강의노트, 설문과 인터뷰 등이 바탕이 된 ‘발로 쓴 출판 매뉴얼’이다.

책의 기획과 개발, 편집 등을 모두 다루지만, 글쓴이는 무엇보다 기획에 비중을 뒀다. 기획에서 중요한 것은 ‘감각’을 키우는 것인데, 이를 위해 글쓴이가 제안하는 것이 영국 루틀리지 출판부장을 지낸 질 데이비스의 방법이다. 학술·전문지나 신문·잡지를 많이 읽고 다른 출판사의 도서목록을 면밀히 검토할 것, 저자들이 모이는 각종 학술회의나 작가들이 모이는 문학행사·강연 등에 참여할 것,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서점에 정기적으로 들러 시장조사를 할 것 등이다.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기획 아이디어 수십 개가 있어도 엄격한 선별작업은 필수다. 100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편집회의와 발행인의 재가를 거쳐 계약으로 최종 성사되는 것은 2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선별하려면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한데, 글쓴이가 거론하는 것은 ‘독자에게 유익한가’ ‘출판사의 편집 방향과 맞는가’ ‘저자 섭외와 집필은 가능한가’ ‘인력·예산이 있는가’ ‘채산성이 있는가’ 등의 기준이다.

신간 기획안을 반드시 작성하라는 것도 글쓴이가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기획의 근거와 목표를 분명히 해줄 뿐 아니라, 책의 이미지나 특징, 매력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후 평가와 분석 작업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게 글쓴이의 설명이다. 기획안은 성공의 경험이 쌓일수록 분량은 짧아지면서 내용은 더욱 명확해진다. 100종이 넘으면 ‘단 한 장’에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글쓴이가 소개하는 ‘한 장의 신간 기획안’의 비법은 이렇다.

“1. 표지를 떠올리고 제목과 부제를 쓴다. 2. 한 줄로 책을 소개한다. 3. 책의 특징을 세 가지 이내로, 각각 한 줄로 쓴다. 4. 책을 300자 이내로 소개한다. 5. 책의 사양과 편집 개발 요소를 정리한다. 6. 예상 판매와 손익을 산출해 정리한다. 7. 현재 상태를 개괄하고 최종 의견을 덧붙인다. 8. 모든 내용을 1쪽으로 편집한다.”

한국의 편집자 55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한 부분도 흥미롭다. ‘뛰어난 편집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꼽았다. ‘편집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능력’으로는 “원고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과 “문장력”을 들었다. ‘편집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흠모하고 존경하는 저자를 만나 그와 책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많았다.


그럼 ‘최악의 힘든 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많은 편집자들이 저자와의 힘든 경험을 토로했다. “문장 한 구절도 손대지 못하게 하고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는 필자” “필자의 권위를 내세우며 편집자를 무시하는 필자를 만났을 때” 등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1.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2.

구준엽 아내 서희원 숨져…향년 48

인상파 대가 오지호 명작 ‘사과밭’과 ‘남향집’의 엇갈린 뒤안길 3.

인상파 대가 오지호 명작 ‘사과밭’과 ‘남향집’의 엇갈린 뒤안길

“알고 보면 반할 걸”…민화와 K팝아트의 만남 4.

“알고 보면 반할 걸”…민화와 K팝아트의 만남

신학철 화백 “백기완 선생, 내면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분” 5.

신학철 화백 “백기완 선생, 내면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